▲책겉그림 〈밥통 대반란〉
라이스메이커
'담적병'이라고 들어 봤는가?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병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 그러나 그 증세는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도 안 되는데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도 딱히 원인이 나오지 않는 경우 말이다. 대부분 의사들은 '신경성 위장병'으로 진단하기가 일쑤라고 한다.
"진료를 시작하며 복진을 해 본 결과, 복부 전체가 돌처럼 단단히 굳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굳어진 부위는 바로 위와 장이었다. 그래서 위장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음식을 아래로 내려 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내시경으로는 위장 조직이 굳어진 상황을 알 수가 없었고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39쪽)
최서형 원장의 <밥통 대반란>에 나오는 담적병 환자의 진단 소견이다. 최 원장은 소화불량증 경우 위장 장애일 확률이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로 추산된다는데, 10명 중 7∼8명은 그 원인을 제대로 모른 체 위장약만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진단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모두 담적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담적병'이 뭘까? '담적'이란 음식을 많이 먹거나 급히 먹어 체하는 '식적'의 단계를 넘어서는 단계로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 찌꺼기에 세균이 번식하면서 가래 같은 걸쭉한 오염물질이 만들어지는 '담음'이 위장 조직과 엉기면서 단단한 조직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담적병은 위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이 책에는 담적병 환자가 심한 여드름은 물론이고 두통과 어지럼증과 전신피로 그리고 우울증까지 영향을 미친, 28세의 여성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전신에 퍼진 담적 독소를 3주 정도 치료해 주었을 때 여드름은 물론이고 두통과 어지럼증과 전신 피로 등이 모두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담적병에 관한 자가 진단 내용도 나와 있다. 이를테면 잘 체하거나, 속이 메스껍고, 역류가 잘 되고,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하고, 대변을 봐도 시원치 않고, 머리가 자주 아프고, 어지럽고, 눈 주위에 다크서클이 있고, 눈이 침침하고 통증이 있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얼굴색이 누렇고 기미가 끼고,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에 담이 결리고, 항상 피곤하고, 입 냅새가 심하고, 냉증이 자주 발생하면, 매우 심한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성 담적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힘들고, 한약과 함께 물리적 치료 그리고 양약과 간 정화요법까지 동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2008년 12월에 위장관 근육의 심부 조직까지 도달하여 담적 독소를 융해시킬 수 있는 초음파 치료기기를 개발하였다고 하니, 정말로 반가운 희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꼭꼭 씹어 먹기 운동을 전 국민의 차원에서 할 필요가 있다. 식사 시간을 1∼2시간씩 할애하는 여느 선진국처럼 할 수는 없더라도 우리 국민의 건강지수를 높이기 위해 333운동을 벌여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207쪽)이는 담적병을 예방할 수 있는 비책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른바 최서형 원장이 이야기하는 '333 식습관 운동'이다. 하루 3끼니를 규칙적으로, 한 입에 30회씩 침을 섞어가면서 꼭꼭 씹고, 30분간 천천히 식사하자는 뜻이다. 그만큼 여유를 갖고 음식을 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 책에는 담적병 치료를 위한 좋은 운동도 소개한다. 이른바 가스, 변비, 체기 등에 좋은 운동이다. '앉았다 일서서기'(Squat), '가스 배출하기'(Wind Removing), '베네트식 장 체조운동', '유산소성 복근강화운동', 상체와 하체를 반대방향으로 비트는 '장명완화운동' 등 여러 가지 맞춤형 운동이 있다. 그게 그림과 함께 실려 있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좋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장 장애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유도 그릇된 식습관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뭐든 '빨리빨리'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의 문화현상과 맞물린 일일 것이다. 거기에다 서구식 육식문화와 패스트푸드까지 우리의 식단을 장악하고 있으니, 위장 장애 요소는 더욱더 가중될 게 뻔하다.
이런 때에 여태껏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모두 신경성 위장병으로 단정해 버렸다던 담적병. 사실 최서형 박사도 2003년 초반에 만난 60대의 깡마른 그 여성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껏 11년 동안 그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 병을 모른 채 신경성 약으로 달래며 살아왔던 환자들이 참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그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내고 있으니, 담적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이 책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을 것 같다. 그들에게는 정말로 희소식일 테니 말이다. 아울러 그 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도 자세하게 밝혀놓고 놓고 있으니 모두들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밥통 대반란 - 만병 제조기, 위(胃)를 위(爲) 하라!
최서형 지음,
라이스메이커, 201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소화 안 되고 더부룩하면 죄다 신경성 위장이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