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도청 의혹 모두 공개할 것" 진화 나서

미국 국가안보국의 광범위 첩보 활동에 동맹국도 발끈... 난처한 미국

등록 2013.07.02 09:02수정 2013.07.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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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도청 의혹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탄자니아를 방문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2일(한국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우리가 도청 의혹과 관련한 답(answer)을 갖게 된다면 동맹국들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동맹국과 적절하게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상호 국제법과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결정 빨리 내려주길 희망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송환을 재차 요구했다.

미국의 거대한 첩보 활동... 동맹국도 '발끈'

앞서 독일 <슈피겔>, 영국 <가디언> 등은 스노든으로부터 비밀문서를 입수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 건물과 미국 주재 EU 사무실의 전화를 도청하고 전산망 침투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NSA가 EU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38개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표적(target)'으로 삼아 도청이나 해킹을 통한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도 나왔다.

EU는 곧바로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EU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미국이 모든 동맹국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중단했다는 확신을 줄 때까지 어떠한 협상이나 거래도 없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협상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당장 첩보 활동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다"며 "갚은 충격과 불쾌감을 느꼈고 이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EU는 미국과 FTA 격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앞두고 있다. 비비안 레딩 EU 법무 담당 집행위원은 포럼 연설에서 "동맹국은 서로 염탐하지 않는다"며 "만약 의혹의 여지가 있다면 TTIP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도청 의혹 보도를 알고 있으며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에 진위 확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일본이 EU처럼 강한 항의를 하지 않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 "정보수집은 특별한 일 아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 체류 중인 스노든의 폭로가 계속되자 난처한 입장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의혹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한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다른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not unusual)"고 반박했다.

케리 장관은 NSA의 도청 의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전까지 의혹과 관련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내가 알기에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수많은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미국의 안보를 손상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시민 권리의 균형이 필요하며 지금은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치켜세웠다.

한편 홍콩을 떠나 러시아로 향한 스노든은 벌써 9일째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머무르며 에콰도르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정부는 그 누구도 강제로 송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노든이 계속 모스크바 공항에 머물고 싶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며 "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partners)에 피해를 주려는 폭로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에드워드 스노든 #국가안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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