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해변에 노오란 원추리가 곱게 피었다.
심명남
원추리 꽃은 효능이 다양하다. 봄에는 어린싹을, 여름에는 꽃을 따서 김치나 나물로도 먹었고 뿌리는 잎을 달여 차로 마시기도 한다. 그 이름도 다양하다. 옛 선인들은 임신한 여자가 원추리 꽃을 허리춤에 차고 있으면 사내아이를 낳을 수 있다 해서 의남초(득남초)라 불렀다. 이 말은 원추리 꽃봉오리가 아기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에 생겨난 속설 때문이다.
꼭 고추처럼 생긴 속설 때문만이 아니다. 원추리 꽃에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정유물질이 들어있다고 해서 중국의 황실에서는 원추리 꽃을 말려 베개 속을 채웠다고 한다.
이 베개에 드러누우면 꽃에서 풍기는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해 성적 감흥을 일으켜 부부금실을 좋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추리를 금침화(衾枕花)라고도 불렀다. 득남과 부부금실의 소망을 담을 것으로 풀이된다.
어린 새싹은 우리 몸속의 독소를 해독하는 특별한 효능을 가졌다. 원추리는 깊은 산 숲에서 독풀을 먹은 사슴이 해독제로 찾은 야생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슴이 즐겨 먹는 검 같은 풀이라는 뜻으로 '녹검' 또는 '녹총'이라 부른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집필한 '본초강목'에는 '원추리 꽃을 삶아 먹으면 오장육부를 편하게 하고 몸이 가벼워지며, 눈을 밝게 해 사람으로 하여금 근심을 잊게 해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의학적으로 원추리의 효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