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예술 단체 시국선언 동참

[전문] 민예총 등 지역 시국선언... 주말 촛불집회서 선언문 발표 예정

등록 2013.07.04 17:45수정 2013.07.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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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모습. ⓒ 정민규


부산지역 문화예술계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나섰다. 부산민예총을 비롯한 관련 예술단체들은 4일 발표한 시국선언에서 불법 대선개입 책임자 및 관련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방안 마련과 실행방안의 구체적 제시 등을 함께 요구했다.

특히 이번 예술인들의 시국선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국선언을 시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예술단체들은 <오늘 우리는>이란 제목의 시에서 "잠시 대중의 눈을 현혹시켜 눈멀게 하여, 잠시 눈 감고 있을 때 그 어둠마저 빛이라 속이려 하는가"라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꾸짖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나의 어제는 당신들이 가졌어도, 나의 오늘은 당신들이 어디에서나 보고 있어도 나의 내일은 당신들의 것이 될 수 없음은 어제의 노래를 오늘 부르지 않음이요, 오늘의 춤을 내일 추지 않음이다"란 표현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민예총 측은 이번 시국선언에 "문학, 미술, 연극, 전통예술, 서예 등 기존 장르 예술인과 더불어 부산의 문화예술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인디와 청년문화예술가들까지 동참하고 있다"며 "6일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까지 부산 지역에서는 부산대·한국해양대 총학생회,동아대 사회과학대 등의 학생단체와 김석준 교수노조 지부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8개 대학 민주동문회, 사하지역 풀뿌리단체 등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다음은 지역 문화예술단체가 발표한 시국선언 <오늘 우리는> 전문.

오늘 우리는


                          이 청 산

숱한 사람들의 소리에 섞여
소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노래라 하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의 몸짓에 섞여
몸짓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춤이라 하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의 색에 섞여
색에 덧칠이 되어 항칠이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그림이라 하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의 이익에 눈먼 시선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시(詩)라 하지 않는다

우리의 광대 짓은
오늘 피는 꽃 향을 맡으면
내일 열음하는 열매를 알고
오늘 피는 꽃 색을 보면
내일 입안에 도는 맛을 알아
힘을 가진 자가 아무리 내일의 달콤함을 이야기 하여도
오늘 향이 아니면
오늘 색이 아니면
세상을 다 준다하여도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할 뿐
노래하지 않는다
우리의 광대 짓은
오늘 바람속의 소리를 들으면
내일 참과 거짓을 알고
오늘 햇살 속 온기를 느끼면
내일 일어남과 쓰러짐을 알아
힘을 가진 자가 아무리 내일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하여도
오늘 바람이 아니면
오늘 햇살이 아니면
우리는 우리의 춤을 출 뿐
춤추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벌거벗는 일이다
알몸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벌거벗은 영혼으로 세상과 맞서는 일이다
그럴 때 가면을 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모습을 두려움에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때
그림은 항칠이 아니라
그림일 수 있는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칼 위에 서는 일이다
빛조차 머물지 않는 날카로운 날 위에 맨몸으로 설 때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보이고
짓밟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으로 보일 때
시는 쓰레기가 아니라
시일 수 있는 것이다

무엇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하잘 것 없는 속임수로 역사의 물길을 되돌리려 하는가?
잠시 가진 힘도 아닌 힘으로 눈을 속여
잠시 잡은 권력으로 소리를 섞어 귀를 멀게 하려 하는가?
잠시 가둔 시간에 어둠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가?
잠시 맡은 힘을 악용하여 또 다른 권력을 창출하려 하는가?
잠시 대중의 눈을 현혹시켜 눈멀게 하여
잠시 눈 감고 있을 때 그 어둠마저 빛이라 속이려 하는가?
허튼 소리로 하루하루를 귀하게 받아 사는 사람을 속이려마라
우리에게는 노래가 있어
헛된 움직임으로 조그마한 이익에 목숨을 거는 사람을 유혹하지마라
우리에게는 춤이 있어
어제를 속여 눈앞의 현상에 내일을 잃고 사는 사람을 기만하려마라
우리에게는 시가 있어
굴하지 않고 노래하리라
더불어 사는 사람을 위해
두 눈으로 벌거벗은 영혼으로 보리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사람의 일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는 매의 시선으로 보고 외치리라
누구도 누구를 함부로 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힘 있는 놈들은 똥 색깔마저도
국가의 근간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요
알려지면 안 되는 보호해야 할 사생활이고
힘없는 놈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정보는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때로는 권력 잡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게 상납하고
조작할 수 있는 정보라면
세상은 무너져 내려야 하는 헛깨비 세상일 뿐이다
당신들이 가진 나의 모든 것이
나의 전부라 생각하는가?
나의 어제는 당신들이 가졌어도
나의 오늘은 당신들이 어디에서나 보고 있어도
나의 내일은 당신들의 것이 될 수 없음은
어제의 노래를
오늘 부르지 않음이요
오늘의 춤을
내일 추지 않음이다
당신들이 그린 그림이 오늘 많은 사람의 눈을 속여도
당신들이 덧칠한 그림이
오늘 우리의 그림에 색을 입혀도
우리의 내일은 당신들의 것이 될 수 없음은

시간의 신비를 아는 자는
거짓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문화예술인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한민국의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대통령 선거에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을 지시한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라.

하나.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하고자 한 이들을 찾아내 처벌하라.

하나. 정부는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 문제에 관해 국민이 납득 가능한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행하라.
덧붙이는 글 지지선언 예술인

(사)부산민예총, 부산 작가회의, 극단 자갈치, 극단 일터, 풍물굿패 소리결, 극단 해풍, 문화소통단체 숨, 매니아사운드, 굿패 영산마루, 문화예술교육 해오름, 남산놀이마당, 마당굿패 파루, 어화둥둥, 전통연희단 풍류, 옛소리, 재미난 복수, 스카웨이커스, 공간초록, 풍물굿패 다말, 무용단 Red Step, 민족미학연구소, 연행기획 면-얼굴, 부산문화정책연구소, 인터넷방송국 plogtv,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백년어서원, 문화매개공간 쌈, 생활기획공간 통, 평상필름, 사하문화연대, 참여연대 문화사회위원회, 영화배우 문성근, 장현정, 우창수, 김은희, 이성희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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