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수력발전기 설치할 곳을 찾아 가는 길.
이영란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신났다. 이젠 제법 오랜 교육시간으로 피로가 누적되었을 터인데도 남훙 강가로 내려가는 발걸음들이 재고 가볍다. 직업학교 학생 8명(원래 4명이었으나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2주차 교육에 4명의 학생이 새로이 합류했다)과 선생님 4명, 썬라봅(Sunlabob)에서 온 강사와 교육내용 녹화를 위해 무거운 카메라를 이고 가는 조보영 연구원까지.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자란 풀숲을 헤치고 나와 드디어 남훙에 닿았다. 그런데 우려했던 대로 상류이긴 하지만 초소수력발전기를 설치하기에 남훙은 적당하지 않았다. 건기와 우기의 유량과 수위 차이가 너무 크고 또 유역이 넓고 평탄해 필요한 만큼의 낙차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로 내지는 않았아도 성급한 나는 '큰일이다. 이거 오늘 수업 제대로 못하겠네'를 넘어 '그럼 이거 직업학교에 초소수력발전기는 설치할 수 없게 되는 건가!'까지 낙담을 사서하고 있는데, 선생님과 학생들 간에는 토론이 벌어졌다. 어제 공부한 것에 기초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몇몇 장소들을 얘기하고 그곳이 적절할 것인지를 서로 논의한다.
직업학교 다른 실습장 근처에 있는 '헝'에 가보기로 했다. 선생님들이 학교 행정실에 부탁해 우리가 타고 갈 차를 마련했다. 차까지 타고 현장 학습을 간다는 것에 학생들이 더욱 신났다. 나도 이것이 우리 일이 정말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는 것이 아닐까 싶어 신났다.
작물원예과 실습동 앞에 차를 세웠다. 학교 울타리를 지나서 넓은 풀밭 가운데로 이어진 길을 줄줄이 따라 가는 우리들 모습이 명랑하다. 소풍가는 것 같다. 곧 좀 더 아래쪽 남훙에 도착했다. 이편에 석 대 저편에 한 대 조각배가 매어있다. 멀리 어딜 봐도 주인도 사공도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이 주저 없이 바지를 걷고 들어갔다. 배안에 고인 물을 퍼낸다. 선생님들도 바지를 걷었다. 학생들이 두 척, 선생님들과 우리 둘이 한 척. 고개만 돌려도 뒤집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조각배를 탔다.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소풍이 아니라 이건 모험이다.
건너편에 겨우겨우 내려 몇 발자국 수풀로 들어서는데 앞서 가던 선생님이 외친다. 다시 돌아가요, 여기 물이 없어요. 저런, 이번에도 초소수력발전기를 설치할 장소를 못 찾았구나, 실망할 틈도 없이 다시 배에 올라 잔뜩 힘을 주고 있는데 배가 중간에 뭐에 걸린다! 선생님들이 배에서 치워보려고 하다가 아예 배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 물 깊이가 겨우 엉덩이! 물살도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도 모를 정도이니 이정도면 빠져도 절대 죽을 일은 없었을 거였다. 그걸 알고 나니 걱정이 돌아오며 모험이 끝났다.
우리 마을에 맞는 초소수력발전기는 어떤 걸까?그러나 우리 탐사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후와이'다. 다시 차에 올라 학교 북서쪽으로 5분 정도를 타고 갔다. 포장도로 입구 쪽에 좀 큰 마을이 있고 안쪽 길로 들어올수록 보이는 가구 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크기에 비해 꽤 깊이가 있어 보이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