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오전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숲길에서 함양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달리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함양군청
대학을 졸업하면 공부와는 영영 '빠이빠이'일 줄 알았는데 웬걸 30대에도 여전히 직무 관련 교육부터 프레젠테이션, 어학까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기계발서 사진 속 책 제목들이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20대, 공부에 미쳐라',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40대, 공부 다시 시작하라', '공부하다 죽어라'인 걸 보고 많이들 웃던데 정작 나의 일상만 봐도 이건 웃을 일이 아니다. 30대에 공부는 전쟁이다.
얼마 전 기한 내에 마쳐야 하는 온라인 수업이 있어서 새벽녘에 간신히 잠을 깼으나 알람 소리를 들은 아이가 하필 그 시간에 깨서 뒤척이며 우는 바람에 끝내 수업을 못 들었다. 아내가 달래보았지만 주로 잘 때는 내가 아이를 재우는 탓에 끝내 내가 자리에 누워서야 아이도 잠이 들었다. 싱글일 때나 신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때때로 육아로 인해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발이 묶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내는 뭐하고 네가 아이를 데리러 가냐?최근 아내도 꼭 듣고 싶은 강의를 발견했는데 시간이 좀 애매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강의인데 어쩔 수 없이 내가 조금 일찍 퇴근해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 처음엔 일찍 퇴근하면 회사 눈치를 봐야하는 게 싫어서 반대하려 했지만 며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내는 육아를 위해 거의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사는데 주 1회 퇴근을 조금 앞당긴다는 걸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건 부부 사이에 공평하지 않은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강의가 영원히 지속될 것도 아닐텐데, 처음부터 막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상의를 해보자는 생각에 그러자고 했다(그조차도 아내가 어린이집에다가 평소보다 조금 늦게까지 아이를 봐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일단 그러자고는 했는데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고 매주 같은 날 회사를 일찍 빠져나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두 주는 이리저리 둘러대면 그만인데 매주 같은 날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의자에서 '엉덩이를 쳐 들어야' 하는 상황이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 있냐는 물음에 어린이집에 아이 데리러 나간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아마 다수는 '아내는 뭐하고 네가 아이를 매번 데리러 가냐'고 물을 것이고 내 상사는 그런 나를 배려하기보다는 도리어 나를 주시하게 될 게 뻔했다. 매주가 첩보작전 같은 이 상황이란.
아빠가 이럴진대 엄마는...'아빠가 이럴진대 엄마는 오죽할까.'퇴근길을 도망쳐 나오는 몇 주간의 경험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간헐적인 매주 한 번의 이른 퇴근. 게다가 지속적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되는 내(남편) 입장에서 이건 그저 하나의 육아 체험, 혹은 '엄마 코스프레'에 불과하겠지만,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저녁이면 '짤없이' 데리러 가야 하는 직장 여성들은 출퇴근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 '만땅'일 것 같다.
듣기로 최근에 몇몇 수도권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3~4시 이후로는 안 봐준다고 하여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엄마의 퇴근 전까지만 봐주는 직업도 성행한다고 한다.
임신 때부터 직장에서는 업무 능력이 떨어졌다고 눈치 주기 일쑤고 출산 후 최소 2~3년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 대부분을 쏟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제대로 책임져주지 않는 나라에서는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은 쉽지가 않다. 아이를 데리러 가려고 일찍 퇴근하거나 회식 자리를 빠지면 뒤통수가 따가울 정도다. 따가운 수준을 넘어 임신, 출산 전후로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도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