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수거 도매상들 "인건비도 안 나온다"

체인사업협동조합, 수거비용 현행 16원에서 30원으로 인상 요구

등록 2013.07.11 13:18수정 2013.07.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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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국적으로 수 천 만개가 넘는 빈병들이 매달 쏟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 천 만개가 넘는 빈병들이 매달 쏟아지고 있다 ⓒ 김영욱


빈병(소주병 기준)을 슈퍼에 들고 가면 병당 40원을 되돌려 받는다. 이 돈은 애당초 소주 출고가에 반영돼 있는 돈이다. 주류 도매상은 소매상에서 수거한 빈병을 모아 제조사에 가져다주면, 제조사는 이 빈병용기보증금 40원에 수거비용(빈병 취급 수수료) 16원을 더한 56원을 도매상에 내어준다.

문제는 이 56원이 적절한 액수인지, 또 적절한 액수라면 이를 누구누구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사안의 핵심이다. 도매상들은 빈병 수거와 관련해 불만이 많다. 일은 자신들이 다 하다시피 하고, 이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행 제도는 이 56원 가운데 보증금 40원은 당연히 소매상이 가져간다. 빈병을 갖고 온 소비자에게 이미 선지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수거비용(빈병 취급 수수료) 16원을 도매상과 소매상이 나눈다. 45대 55 비율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계산하면 도매상은 병당(소주병 기준) 7.2원을, 소매상은 8.8원을 가져간다.

빈병취급수수료 '뜨거운 감자'

결국 문제는 수거 비용(빈병 취급 수수료)이다. 도매상들은 일단 이 수거비용 16원이 현실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수거비용을 최소한 3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분배율도 현행 45대 55에서 50대 50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일이 소매상들을 돌며 빈병을 수거해 와서는 또 선별작업을 해야 합니다. 빈병 선별작업은 뙤약볕이 내리쬐어도, 칼바람이 불어와도 356일 일 년 내내 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중노동이나 다름없지요."

도매업자들은 사람을 사서라도 슈퍼들이 대충 정리한 수백 종류나 되는 빈병을 회사별, 크기별, 모양별로 구분해, 제조사 앞마당까지 배송해주어야, 비로소 16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 "술값 오를라"

빈병 수거제도는 지난 1985년 소주병을 시작으로 도입됐다. 그해 11월 맥주병, 1987년 청량음료병으로 확대 실시됐다. 초기에는 주류 빈병은 국세청이, 청량음료 빈병은 보건복지부에서 각각 취급하던 것을, 지난 2003년 환경부로 일원화시켰다. 그리고 병 크기에 따라 빈병 값이 매겨졌다. 소형맥주, 콜라, 사이다 등 소주와 용량이 비슷한 빈병에 40원이란 동일한 금액의 보증금이 매겨진 것도 이 때부터다. 이와 함께 수거 비용(빈병취급수수료)도 13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다 '수수료를 도매상과 소매상이 50대 50으로 분배한다'라는 규정으로 13원의 50%인 6.5원을 소매상에게 지급했다.


도매상들은 애당초 "선별과 배송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의 대가치고는 터무니없이 작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주류 도매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취급수수료를 현실화시켜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환경부는 번번이 이를 외면했다.

환경부의 입장은 취급 수수료를 올리면 주류 원가가 인상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빈 용기 회수 및 재사용을 촉진하고자 설립된 한국용기순환협회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사실 용기순환협회는 지난 2007년 3월 주류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빈병 재사용을 활성화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2011년 선임된 현 손봉수 협회장은 하이트진로 생산총괄 사장이기도 하다. 회원사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코카콜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굴지의 주류와 청량음료 제조사들이다.

사회적 약자의 울며겨자먹기

실제로 용기순환협회는 지난 2009년에 있었던 취급 수수료 인상 협상 과정에서도, 당시 13원이던 수수료를 23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반대의사를 강하게 제기했다. 결국 체인조합은 용기순환협회의 힘에 밀려 3원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3원이던 취급 수수료는 16원으로 쥐꼬리만큼 인상됐다.

지급비율도 용기순환협회는 소매상 60대 도매상 40으로 재조정하자고 우겼다. 이 대목에서도 상대적 약자인 체인사업협동조합 측 도매상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기존의 50대 50에서 55(소매상)대 45(도매상)로 이를 수용했다. 이같은 조정으로 소매상은 병당 6.5원에서 8.8원으로 35%, 도매상은 병당 6.5원에서 7.2원으로 10.7%의 수수료 인상효과를 얻게 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체인조합 김승훈 이사는 "용기순환협회가 무슨 억하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수료 분배율을 60(소매상)대 40(도매상)으로 조정할 경우, 도매상의 병당 수수료는 6.4원으로 인상 전의 6.5원 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어처구니없는 계산법이 나왔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싸우다시피 해 가까스로 55대 45로 재조정할 수 있었다"라고 하소연했다. 

한 주류 유통인도 "용기순환협회가 취급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대입장을 강하게 제기했던 이유도 태생부터 잘못된 협회의 조직구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바로잡아지려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제2차 취급 수수료 인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24일 체인조합, 용기순환협회를 비롯해 관련 단체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빈용기보증금제도 2차 발전위원회의'를 갖고, 현행 16원인 취급 수수료를 30원으로 인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급비율 역시 50대 50으로 재조정될 것으로 보여, 도매상의 수수료 역시 현행 7.2원에서 15원으로 대폭 상향될 전망이다. 이날 참석 도매상들은 이변이 없는 한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환경부는 현행 16원에서 30원으로 수수료 인상을 대비해, 그에 따른 제조사의 비용증가 해소방안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환경부는 그동안 유흥업소에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장(슈퍼에 주류를 공급하는 체인사업자와 달리, 이들은 식당을 포함한 유흥업소에 술을 공급하는 도매상을 말한다)들에게 잘못 지급된 수수료를 바로잡을 방침이다.

실제로 도매장들은 제조사들로부터 체인사업자들과 동일한 수수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유흥업소를 소매상으로 볼 수 없다'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환경부의 공문 한 장 때문에 16원의 수수료를 독식해왔다. 환경부는 또 현재 체인사업자(도매상)들에 비해 높은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는 공병상(고물상)의 빈병 취급율도 지속적으로 낮춰, 수수료 인상에 따른 제조사의 생산원가 상승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빈용기보증금 #환경부 #한국용기순환협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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