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구시쿠무라야이시타다미 마을 주민의 회합 장소로서 여행자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노시경
나는 이 휴식처 바로 앞 자판기에서 시원한 사과차 주스를 한 개 뽑았다. 냉장 자판기에서 방금 나온 주스는 약간 더운 바깥 세상과는 달리 한 모금마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나는 아내와 주스를 나눠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맞이했다. 맑은 날,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류큐왕국 때부터 500년 동안 태풍과 전쟁도 견뎌낸 돌길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아래를 보는 시야가 확 트이니 마음도 시원해진다.
가나구시쿠무라야 앞에는 우리나라의 당산나무같이 거대하게 자란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나무 아래에는 킨조초 이시타다미 주변의 문화재 지도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지도를 보니 나와 아내는 킨조초 이시타다미의 한 중앙에 앉아 있었다. 다다미 위로 올라가서 다다미 방의 내부도 둘러보았다. 방 내부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오키나와 전통복장을 입고 자랑스럽게 찍은 사진과 함께 이시타다미 관광에 지대한 공헌을 한 마을 주민에게 수여된 표창장이 정연하게 걸려 있다.
단지 나의 아내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키나와의 모기였다. 나는 이 오키나와 가옥도 둘러보고 주변 돌담의 사진도 찍으러 돌아다녔기에 모기에 물리지 않았지만 마루에 걸터앉은 아내를 향해서는 모기가 조용히 다녀갔다. 외국의 모기라서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모기에 물린 아내는 마루에 앉아서 조금 더 휴식을 취했다.
아내의 다리 주변을 배회하던 모기 2마리는 내가 휘두르는 손을 피해 가옥의 마루 밑으로 들어갔다가 계속 다시 나왔다. 나는 두 손으로 손뼉을 쳐서 순식간에 모기를 잘 잡는 모기 사냥꾼이지만 손에 피를 묻히기 는 싫었다. 나는 오키나와 모기가 나타날 때마다 쫓아버리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