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혁신학교, 죄가 있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 죄!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45]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감사를 받으며①

등록 2013.07.15 10:01수정 2013.07.15 11:33
0
원고료로 응원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3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기자 말

우리 학교는 서울형 혁신학교 감사 준비로 바쁩니다

1학기 마무리가 한창인 요즘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를 처음 시작한 29개 학교 중 10개 학교(예비감사학교 2개교 포함)가 정책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도 감사 대상학교로서 87쪽짜리 수감자료를 제출하느라 업무전담팀 교사들이 며칠 고생을 했고, 이어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할 실지 감사를 대비한 자료를 준비한다고 지난 한 주일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a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제출한 87쪽짜리 수감자료 지난 15일까지 제출하는 이 자료를 작성한다고 업무전담팀 교사들은 학기말에 해야할 다른 일을 제쳐두고 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 이부영


그렇잖아도 1학기 마무리 업무가 폭주하는 시기에 2010년부터 거의 3년 동안 한 일을 다 정리하느라 업무전담팀 교사들은 여러 날을 밤늦게까지 퇴근도 못하고 준비했는데, 과로가 겹쳐서 건강이 말이 아닙니다. 저도 수감자료를 보낸 뒤부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도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관실에서 보내온 감사자료 목록에 맞춰 되도록 종이로 놓지는 말고, 폴더를 만들어서 감사관이 찾기 쉽도록 목록에 따라 파일로 비치하는 것으로 목표로 했는데도, 감사장에 내놓은 자료가 참 많았습니다. 컴퓨터 폴더에 저장해둔 파일도 엄청 많았지만, 파일로 넣을 수 없는 예산관련 증빙자료는 거의 4MB 정도나 되는 것 같습니다.

a

실지 감사 제출자료인 예산관련 증빙서류들 이 자료를 준비한다고 행정실 선생님들도 늦은 밤 퇴근에 주말 특근까지 하면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한 모습을 보 면 열 가지 감사중점사항 중, 두 가지 뿐인 예산사용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이부영


저는 감사를 직접 받아보는 것이 처음인데, 감사관실에서 공문으로 보내온 감사장 모습을 보니, 무슨 취조실 같았습니다. 하여튼 업무전담팀 교사와 지원사들, 그리고 교장, 교감선생님이 힘을 합해 감사받을 만반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a

방송실에 마련해 놓은 감사장 모습 감사관실에서 공문으로 보내온 감사장 설치 모습을 보니, 무슨 취조실 같았습니다. 업무전담팀 교사와 지원사들, 그리고 교장, 교감선생님이 힘을 합해 감사 받을 만반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 이부영


시작한 지 2년 만에 서울형 혁신학교를 감사하겠다네요


2011년 3월 1일,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에 따라 개교와 동시에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받아서, 전 교직원이 힘을 합해 아이들이 행복한 새로운 교육을 해 보겠다고 했을 때는 2년 뒤에 이런 정책감사를 받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서울형 혁신학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인 수많은 정책들이 있었지만, 이처럼 지정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이제 시작하는 시점에서 정책감사를 받는 것은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 반 혁신학교 공약을 내세우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보궐선거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되자마자,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시련은 예고됐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감사와 평가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서울형 혁신학교와 같이 '행복한' 교육을 앞세우고 있는 문용린 교육감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해서 잘 모를 수밖에 없어서 그러려니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형 혁신학교가 무엇이고, 지난 2년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해온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는 감사라면, 우리가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받을 용의도 있었습니다.

아니 감사가 아니더라도 문용린 교육감과 교육감이 바뀌면서 새롭게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 앉게 된 서울시교육청 정책관료들에게 우리 학교는 언제든지 다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우리 학교 컨설팅장학 때 업무담당 장학사 한 분만 들렀다 갔을 뿐 자세히 볼 생각이 없으시더군요.

감사 준비하고 받는 데 힘들고, 감사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 없다'는 말처럼 본의 아니게 잘못한 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는 감사받으면서 지난 2년여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로서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해 온 일을 다 보여드릴 작정입니다.

그러나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감사가 수상합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보내온 '2013 상반기 정책감사 시행계획-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실태 감사'를 보면 이번 정책감사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교육 주요 정책에 대한 학교 현장 집행 실태 점검
- 문제점 및 원인 분석과 개선점 도출을 통한 정책 대안 제시
- 정책 감사를 통해 서울교육 정책의 안정적·지속적 추진 지원

말은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을 점검해서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서울교육 정책의 안정적·지속적 추진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감사가 끝난 학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감사 중점사항은 열 가지이나 지금까지 감사한 모습을 보면 앞에 여덟 가지보다는 뒤 두 가지인 예산사용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책감사'는 말 그대로 정책을 점검해보고 지원하는 감사로, 비리를 들춰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지난 2년여 동안에 생긴 문제점이 있었다면 고치도록 해서 잘 나가게 하는 것이 정책감사입니다. 그러나 지금 서울형 혁신학교 감사 모습을 보면 비리를 캐내고 들춰내는 것이 목적처럼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감사를 할지 궁금합니다. 제가 3년째 혁신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니 제가 똑똑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원칙과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감사

또 하나, 처음에 분명 감사대상학교를 '2011학년도 지정학교 29교 중 8~10교'를 선정한다고 했는데, 처음 시행 계획과 달리 실지 감사 대상학교인 8개교 말고도 나머지 21개교에 대해서도 감자기 공문을 보내서 감사 대상학교와 똑같은 수감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합니다.

감사시행 계획과 별도로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감사 대상학교를 포함한 29개 전체 혁신학교 예산 집행 자료는 5월 말에 제출하게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감사 시행계획에도 없이 갑자기 공문을 보내서 감사대상교가 아닌 학교까지 감사 대상학교와 똑같은 양식의 수감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합니다. 정책감사라면 처음 계획처럼 열 개 학교 감사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1학기 교육과정 평가회다, 학년교육과정 운영 보고회다, 워크숍이다 해서 정신없이 바쁜 학기말에 학교교육을 못하게 방해하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21개교에 대한 수감자료 철회 요청에 대해 제출기일만 늦췄을 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대로 진행하겠다는데, 이는 말은 '행복한 교육'을 주장하지만, 정작 학교교육은 외면하는 권력의 남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a

여름학기교육과정 마무리 잔치 '푸름잔치' 장면 감사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여름학기를 마무리하는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이부영


올 한 해 감사받고 평가받다 아까운 세월 다 보내게 된 서울형 혁신학교

이번에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감사가 끝나면 또 서울형 혁신학교 67개교 전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서울형 혁신학교는 1년마다 자체평가를 하고, 2년에는 중간평가를 합니다. 그리고 4년차가 되면 종합평가를 하게 되어 있어서 이미 평가한 자료가 있는데 올해 다시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평가지표를 외부 기관에 맡겨서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는 이뿐이 아닙니다. 11월 말부터 12월에는 학교마다 자체평가를 해야하고, 올해 말에는 또 서울시교육청 자체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9~10월에 교원능력개발평가까지, 올해 서울형 혁신학교는 그야말로 감사받고 평가받다 날 새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험하고 낯선 길, 서울형 혁신학교가 갈 길을 지난 2년여 동안 어렵게 해쳐나와 이제 겨우 탄탄대로에 접어들었나 싶었는데, 그래서 이제 제대로 걸음을 떼고 달리려는 차에 서울형 혁신학교는 감사 준비에 감사받는 데, 평가하고 평가받는 데, 그리고 평가결과 정리하는 데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이번 감사와 평가로 지난 짧은 기간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알려지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에 들인 돈의 수십 수백 배를 들여도 꿈쩍않던 서울의 학교와 교육이 지난 2년 동안에 얼마나 새롭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알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이번에 감사를 성실하게 받으면서 감사관한테 서울형 혁신학교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알게 해주려고 합니다.

서울형 혁신학교가 지은 죄가 있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 죄, 학부모가 학부모로서 행복하게 한 죄, 교사들이 교사로서 행복한 죄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울형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동안 정책감사 실지 감사를 받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감사의 전과정 모습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서울형혁신학교정책감사 #서울특별시교육청 #문용린교육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요양원 나온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
  5. 5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