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찔한 여행 이야기, 읽어보실래요?

[서평] 김얀의 여행에세이,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등록 2013.07.17 10:39수정 2013.07.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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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섹스. 두 가지는 여러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를 말해보라면,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낯선 장소에 발을 딛는 찰나, 혹은 누군가의 옆에 누운 순간.

그리고 그 두근거림을 가장 크게 듣는 사람은, 그 순간마다 '나'일 것이다. 그 울림, 여행이나 섹스(또는 사랑)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익숙하던 것을 뒤로 하고, 어느 숙소의 낯선 침대 위로 기꺼이 오르게끔.


우여곡절 끝에 서른살이 넘어 처음 책을 쓰게된 김얀의 여행에세이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은 그런 가슴 뛰는 기분을 담고있는 책이다. 그녀가 13곳의 국가를 여행하며 바라본 것들과 그 각각의 도시에서 만난 13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그 모든 것을 겪은 그녀의 이야기이다.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김얀의 <낯선 침대 위로 부는 바람>

작가 김얀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뭇 충동적이라 느껴진다. 어찌보면, 그래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행과 사랑, 두 가지 모두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시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계획없이 싱가포르로 훌쩍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녀가 가벼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여러 남자들을 만났다고 한들 그것이 그녀를, 또는 그녀의 마음의 무게를 쉽게 측정할 판단기준이 되지는 못하리라. 단지 그녀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그 달착지근한 애착을 좀 더 과감하게 벗어던질 수 있을 따름인지도 모른다.

"낯선 나라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자신도 모르게 평생 각인되어 버리는 일이라 신중해야만 한다"는 그녀의 말은 곧 비일상적인 상황과 만남이 가져다주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솔직하게 적어낸 <낯선 침대 위로 부는 바람>을 읽다보면 새삼 떠올릴 수 있다. 여행과 연애, 그 두가지만큼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던가. 여행도 사랑도 많이 겪어본 그녀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성숙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도시가 주는 그 신비한 매력에 안개를 따라 수백 년 전에 지어진 건물과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어. 이 환상의 도시에 내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최대한 꾹꾹 땅을 밟았지.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를 지날 때면, 불안함보다 더 큰 안도감을 느낄까? 이런 느낌 때문에 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멈출 수가 없나봐." (본문 201p중에서)

여행일지나 연애소설, 또는 그녀의 일기같은 책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문체는 마치 작가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녀가 여행한 날짜와 장소에 대한 묘사는 마치 여행하는 동안 적은 일지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남자와의 교감을 표현한 부분들을 읽을 때는, 이 책이 달콤쌉쌀한 연애소설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녀의 글과 함께 곳곳에 수놓인 사진들은, 이병률 시인의 작품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꼭 닮아 이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의 텍스트 위에다 따로 또 같이 마음을 겹쳤다"는 그는, 마치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글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살려주는 사진들을 보여준다.

읽기 쉽게 쓰여진 글과 아름다운 사진의 조화는 이 책을 여행에세이로서 더욱 끌리는 것으로 만들어놨다. 야하지만 적나라하지 않게 신비하고, 이상하지만 묘하게 친근한 이야기. <낯선 침대 위로 부는 바람>은 저자 김얀은 그녀의 등에 놓인 다이아몬드 타투처럼 아기자기하고도 반짝 빛나는 에피소드 들을 독특하게 펼쳐낸다.

또 다시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다. 익숙하고도 낯선 경험, 다양한 여행의 기억들이 담긴 이 책을 펼치며 그녀를 따라 낯선 침대 위로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만남과 헤어짐, 떠남과 도착의 반복 속에서 피어나는 아찔함을 느껴보는 것도 피서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 씀 | 달 | 2013.07. | 1만2800원)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김얀 지음, 이병률 사진,
달, 2013


#김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여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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