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전가하려 억지 의혹" vs. "MB정부가 잘하는 일"

여야, 정상회담 회의록 증발 미스터리에 신경전... 22일 최종결론 전까지 계속될 듯

등록 2013.07.19 11:33수정 2013.07.19 11:54
0
원고료로 응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증발' 사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미루면서도 상대방을 향해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회의록을 폐기한 주체가 어디든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되는 상황인 만큼 사전에 연기를 피우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참여정부가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다"는 시나리오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회의록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폐기 주체는 이명박 정부라는 시나리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야 열람위원들이 19일부터 22일까지 각각 전문가 2명씩 총 4명과 함께 국가기록원을 재방문해 회의록 존재 유무를 최종 확인키로 한 만큼, 회의록 증발 미스터리에 대한 여야 간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명박 정부 폐기설, 책임 전가하려는 불순한 의도"

a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황진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 간사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황진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 간사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가기록원에 당연히 보관돼 있어야 할 회의록이 실종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오는 22일까지 회의록 존재 유무를 최종 확인하기로 한 만큼 그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 모든 정황을 종합했을 땐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만일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초(史草)'가 없어진,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 측은 마치 이명박 정부가 임의로 (회의록을) 폐기한 듯이 몰아가는데, 국가기록원은 참여정부에서 그대로 이관됐다면 기록물의 유실 및 삭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22일 최종적으로 (회의록이) 없다고 확인할 경우에 대비한 억지 의혹 제기다, 이를 통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된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22일까지 회의록을 찾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없어진 경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사초가 없어진 것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규명하고 관련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즉, 기술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회의록을 폐기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회의록이 최종적으로 국가기록원에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주장이다.

열람위원인 황진하 의원도 "(예비열람 당시) 국가기록원은 모든 기술과 노력을 다했지만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고 결론적으로 기록원에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최종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기록원의 설명을 빌어, 애당초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황 의원은 또 "참여정부, 민주당 쪽 사람들이 (회의록을) 생산하고 관리하고 이관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 문건을 찾아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자꾸 국가기록원에서 파기한 것 아니냐, 이명박 정부에서 없앤 것 아니냐는 등의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작금의 사초 게이트, 우연 아닌 이명박 대통령 가세한 필연"

a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억측이 양산되고 있다, 여야가 다음 주까지 더 찾아보기로 합의한 만큼 기다려 보겠다"면서도 "회의록이 함부로 유출·가공돼 대선 과정에서 낭독되고, 정부기관이 사본을 공개한 것만 해도 어처구니없는 일인데 정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찾을 수 없다고 하면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점화·활용한 현 여권을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회의록 '정본'을 확인하려는 건 (NLL 논란과 관련) 소모적인 국론분열과 (회의록) 불법 유출, 불법 대선 개입 사건과 한 몸으로 연결된 국정원 게이트의 본질을 판명하기 위해서다"며 "그런데 회의록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안도하며 반색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와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새누리당을 겨냥했다.

그는 또 "5년간의 임기가 보장된 참여정부 출신 대통령기록관장을 2008년 7월부터 보직 정지시키고 MB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을 (기록관장에) 앉힌 과정이 석연치 않다"면서 "(NLL 논란을 처음 제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일간지의 회의록 폐기 보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새누리당의) 회의록 공개 압력에 대한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전 원내대표는 "예단과 억측이 아닌 기록원 원본을 찾는 데 집중할 때"라며 "기록물 열람은 국론 분열을 끝내기 위한 국회의 결단인 만큼 동일한 기조를 여야가 함께 맞춰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작금의 '사초 게이트'는 우연이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가세한 필연"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퇴임 전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봤다'고 했고, 심지어 '취임 후 대화록을 보고는 국격이 떨어질까봐 안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주변에 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문헌, 김무성, 서상기 의원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대화록을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했는지 점입가경"이라며 "이 사람들 모두 다 줄줄이 수사대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록 내용 감추고자 폐기" VS "이런 일 잘하는 MB 의심돼"

이번 사태는 장외 설전으로도 번지고 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만약에 없다면 노무현 청와대에서 이것을 폐기하고 국가기록원에 넘겨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무게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회의록에) 굉장히 우리가 보기에는 굴욕적이고 저자세인 노무현 대통령의 태도가 나오고 NLL을 포기하겠다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그런 것이 공개되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이 직면하리라는 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다, 그를 감추고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아니하고 폐기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이에 "노 전 대통령이 폐기했다면,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이를 공개하자고 했겠냐"고 반문하자, 권 의원은 "통상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청와대 참모진들도 자기들의 앞날, 앞길을 생각하지 그런 뒤처리 문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고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경우도 있다"며 "모든 보고가 비서실장을 거쳐서 대통령한테 보고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에서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떳떳하지 못한 일을, 이런 기록물을 남긴다고 하면 왜 국정원 것은 남겨두냐"며 권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사실 이명박 정부에서는 BBK 서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졌고, 민간사찰 문건 자료 다 없앴다, 심지어 최근에도 (국정원) 댓글사건을 서울경찰청에서 수사하다 검찰이 내놓으라 하니 컴퓨터를 부숴 버렸다"며 "이런 일을 잘하시는 분들이라 의심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회의록을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앞서 권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록 폐기라는) 중대범죄를 저질러 자기한테 오는 이익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 폐기설을 반박한 것에 대해서는 "NLL을 대선 전에 유출시켜서 득을 봤지 않습니까"라며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시켰다는 것보다 그쪽 일련의 관계자들이 그런 내통이 있었으면 그것도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상회담 회의록 #국가기록원 #새누리당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4. 4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