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높을 때 사람들은 더 안락했다네

[서평]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등록 2013.07.20 11:03수정 2013.07.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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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1조 6천억원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기업·소상공인에 부담을 주게 됐다."(경총)
"시급 5,210원은 소득분배율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소득 분배율 개선을 공약(公約)으로 제시한 바 있지만 사회 양극화만 가속시키는 최저임금 결정으로 결국 공약(空約)에 머물렀다"(민주노총)

지난 5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2%(350원) 오른 5천210원으로 결정되자 경영자총연합회와 민주노총이 내놓은 반응입니다. 최저임금으로 김치째기 한그릇도 사 먹기 힘듭이다. 참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달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은 132만원 정도됩니다. 1년이면 1584만원입니다. 350원 올려주는 것도 아깝다는 재계를 보면서 문득 지난 4월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 공시한 지난 해 우리나라 회사원 평균 연봉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 '양극화'... 비정규직 1584만원 vs 삼성전자 등기임원 52억100만원

SK텔레콤 (9천882만원), 현대차(9천433만원), 삼성전자(6천970만원), LG전자(6천338만원),대우조선해양(7천719만원), 삼성중공업(7천651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등기임원은 삼성전자(52억100만원), SK이노베이션(41억200만원), 삼성중공업(36억8천200만원), CJ제일제당(31억8천만원), SK C&C(31억5천400만원), SK텔레콤(30억9천500만원)  현대자동차(22억9천900만원), LG(25억1천400만DNJS) 따위였습니다.-(4월 4일 <연합뉴스>직장인 연봉 톱 SK텔레콤…평균 9천882만원 기사 참고)

비정규직 1584만원과 삼성전자 등기임원 52억100만원. 최저임금 노동자가 삼성전자 등기임원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고 328년을 모아야 합니다. 정말 삼성전자 등기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328배만큼 기업 우리사회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중산층이 몰락했음을 방증합니다.

중산층은 몰락은 사람으로치면 허리가 무너진 것과 같고, 세대를 말하면 3040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이 알 수 있습니다. 중산층 몰락은 우리만 아니라 미국도 비슷합니다. 미국은 1950년대를 전후해 '중산층 황금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산층 황금기는커녕, 몰락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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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알키

몰락을 보면서 '탄식'만 아니라 중산층 부활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책이 한 권이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그리고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에 기고하면서 '경제 불평등' 큰 관심을 보여 노동전문기자로 잘 알려진 샘 피지캐티(Sam Pizzigati)가 쓴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알키 펴냄)입니다.


90% 세율 물리면 경제가 무너진다?

부제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부와 권력에 겁 없이 도전한 보통사람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부자들이 그들의 엄청난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늘어놓은 견강부회"를 파헤칩니다.


"부자들에게 90퍼센트의 세율을 물리면 당장이라도 경제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현재 미국 정계의 통념이다." (본문 17쪽)

"부자들에게 90퍼센트 세율 물리면 당장이라도 경제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정부가 공제감면 일몰 도래 시 원칙적 폐지라는 방침을 세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5일 '법인세 관련 공제감면제도 기업 체감도 조사'(194개 대기업 대상) 결과를 통해 "급격한 공제감면제도 축소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일몰 도래 시 원칙적 폐지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15일 <파이낸셜뉴스> '대기업 80% "법인세 공제감면 연장을"' 참고

<파이낸셜뉴스> 같은 기사에 따르면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기업 관련 공제감면제도의 급격한 축소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려는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경제계만 아니라 보수언론도 난리가 납니다. 그럼 세율을 올리면 경제가 파탄날까요? 피지개티는 단호히 말합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미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경제 상황은 아주 좋았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특히 좋았다. 1950년대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존재였다. 이들이 바로 '중산대중mass middle class'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안정과 안락을 누리는 사회에서 살았던 시기가 바로 이때다." (17쪽)

세율 높을 때 미국 경제 안 무너졌고... 대다수 국민 안정과 안락 누려

세율을 올리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부자들 논리는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MB정권='부자감세정권'으로 불릴 정도로 이명박 정권은 부자감세를 했습니다. 감세를 하면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 경제를 살린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돈은 서민들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피지개티는 미국이 불평등사회가 된 것은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미국인은 전대미문의 테러, 수조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던 전쟁, 그리고 대공항 이후 가장 규모가 큰 금융대지진 등 너무 많은 충격을 경험했다"면서 "그 결과 미국은 더 불평등해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부유층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계속 재산을 계속 불려나가는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예전의 안정적인 생활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부자들이 1961년과 2009년 낸 세금을 비교하면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부자들을 위해 세율을 매겼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1961년에 전국 400대 고소득 신고자들은 요즘 가치로 평균 1,400만달러의 소득을 신고하고 평균 42.4퍼센트 연방소득세를 냈다. 이에 비해 2009년 대침체 기간에 400대 부자들이 올린 소득은 평균 2억 240만달러인데 겨우 19.9퍼센테를 연방소득세로 냈다. 물가상승률 감안한 금액으로 따져보면 요즘 400대 부자들은 반세기 전보다 거의 15배나 많은 소득을 올리지만 세금은 그때의 절반도 내지 않는 셈이다."(16쪽)

이렇게 반세기 만에 미국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중산층은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한 불평등국가가 됐습니다. 불평등 국가로 전락하자 "중산층 메카였던 캘리포니아는 고등교육에 투입하는 돈보다 더 큰 몫의 국가 예산을 감옥에 쏟아붓고 있다"고 피지캐티는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평등주의 지향 vs 금권주의는 특권 지향

문제는 민주주의와 금권주의가 함께 가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의 목표는 기회의 평등이고, 금권주의는 특권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피지개티는 금권주의자들의 탐욕과 특권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데 "디자이너로 유명한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는 방이 무려 84개인 롱아일랜드 로렐턴 홀에서 150명 손님을 초대해 초호화 연회를 주최"하거나, "60미터짜리 요트를 구입했지만 몇 번 시도해 본 후 단념"했습니다.

불평등한 사회가 지속되면 될 수록 "미국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역겹고 야만스럽고 한심한 국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은이는 단언합니다. 미국을 빼고 '대한민국'을 넣어도 결론을 같습니다. 

"윌킨슨과 피킷은 불평등한 선진 사회에서 정신질환이 나타나는 비율이 평등한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평등한 사회에 비해 '감옥에 갈 확률이 5배나 높고, 병적 비만에 고통받을 확률은 6배나 높다.' 두 사회학자는 계속 설명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평등의 영향이 단지 극소수의 유복한 계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에게 미친다.' (본문 517쪽)

이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월리스는 1944년 2월 시애틀에 모인 청중에게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월스트리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민주적 정부를 운영해갈 것인가, 아니면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받는 구시대의 정치가들이 워싱턴을 또 다시 월스트리트의 하수인으로 만들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자들이 언제나 승리하지는 않았다

민주주의는 금권주의에 자신의 권리를 내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민주시민은 평등을 지향하는 정부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순간 그는 '빨갱이'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희망이요, 갈 길입니다. 아니 이렇게 가야 모두 더 안락하고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모두'에는 금권주의자 곧 슈퍼 부자들도 포함됩니다.

그럼 피지개티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세금을 부담할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상승률이 급격한 누진세율로 소득세율 90퍼센트 정책을 되살려야 한다는 혁명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90퍼센트 세금을 내도 부자들 소득을 지켜주고, 가혹한 세율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피지개티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최고 세율과 최저 임금을 묶는다면, 최저 임금이 계속 오르는 한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고 굳는 돈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 결과 부자들과 힘 있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남다른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연대 경제를 촉진시킬 수 있다. 금권주의 경제에서는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착취해서 더 부자가 된다. 최고 세율과 최저임금과 묶이는 연대경제에서는 부자들은 가장 가난한 자들을 옹호해서 더욱 부유해질 수 있다."(본문 524쪽)


불가능할 일까요? 포기는 금물입니다. 부자들 저항이 엄청나겠지만 책 원제가 그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The Rich don't Always Win'(부자들이 언제나 승리하지는 않았다)
덧붙이는 글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샘 피지캐티 지음 ㅣ 이경남 옮김 ㅣ 알키 펴냄 ㅣ 24000원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

샘 피지개티 지음, 이경남 옮김,
알키, 2013


#슈퍼 리치 #중산층 #부의 독점 #소득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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