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진하·조명철 의원과 민주당 전해철·박남춘 의원이 2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최종 검색을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한 채 대통령지정기록물열람실을 나서고 있다.
남소연
[5신 보강 : 오후 9시 30분] "국가기록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보유하고 있지 않다"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없었다. 논란이 종결되기는커녕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초 실종에 대한 책임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또한 회의록 원본을 제외한 사전·사후 자료 열람을 두고 여야 간의 입장차가 갈려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종식하겠다는 명분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열람·공개를 강행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세를 대화록 원본으로 맞받은 전략이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가정보원이 회의록 발췌본과 전문을 연달아 공개했을 때,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국정원의 꼼수라는 비판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같은 달 30일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화록 원본 공개를 제안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주장을 받아 회의록 원본 열람·공개에 나섰다.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정쟁의 시작"(박지원 의원)이라는 당내의 지적을 외면했다. 결국 회의록 원본 열람·공개가 사초 실종 논란으로 옮겨가면서, 민주당이 추진한 국정원 국정조사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논란 장기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당분간 사초 실종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함께 수렁에 빠진 새누리당 역시 검찰 수사를 요구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이날 오후 6시 24분께 개최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열람단장인 황진하 의원은 "문건 수와 용량 확인, 검색어를 이용한 목록 검색, 전수 조사 등 모든 방법을 써서 최선을 다했으나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면서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 합의사항임을 강조했다.
여야 열람위원인 황진하·조명철(새누리당)·박남춘·전해철(민주당) 의원은 전문가 4명과 함께 1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국가기록원 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존재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황 의원은 또한 "2007년 10월 3일 정상회담일부터 2008년 2월 24일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만료일까지의 자료를 대상으로 검색했다, 19개의 검색어를 사용하고 문건 생산부서로 6개 비서관실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의 관리 부실을 부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 원본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누리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향후 책임론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열람단장인 우윤근 의원은 "대통령기록관에 심각한 부실이 확인됐고, 그 결과 해당 목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의원은 "이지원에 적법·적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두 번 이상 로그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봉인을 무단으로 훼손하고 봉인 주체인 검찰과 노무현 재단 측과 협의하지 않았다"면서 "기록관 측의 관리부실이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기록관의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 팜스의 지정보호기간 누락과 관련해 "12만 건이 넘는 기록물의 지정보호기간이 누락됐다, 2012년 3월 뒤늦게 보완했다는 것은 기록관측의 관리실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또한 청와대의 이관용 외장하드디스크와 팜스 용량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심각한 관리 부실 사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공개 회의 때 사전·사후 자료 열람 격론... 논란 예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결론은 향후 다양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비공개로 1시간가량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여야는 사전 준비 문서와 사후 이행 문서 열람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민주당은 논란의 핵심인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열람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운영위원회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내일 단독으로라도 열람하겠다"고 선공을 날렸다. 데드라인을 23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반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 와서 열람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밝혔다. 사전 준비문서와 사후 이행 문서 열람을 둘러싼 대립이 예상된다.
또한 회의록 원본 실종을 둘러싼 책임론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참여정부 청와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초 실종은 중대한 국기문란 사태"라면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없어진 경위 자체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국가기록원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기록관의 인수관리시스템의 중대하고 치명적인 부실이 확인됐다, 그 결과 회담록이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면서 "따라서 대화록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