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이번엔 '공개 반성문' 논란

내부게시판에 '반성문' 올라오는 이유 봤더니.....

등록 2013.07.22 18:25수정 2013.07.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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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설공단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모 처장의 공개 반성문 ⓒ 심규상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반성합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김광재 이사장이 일부 간부들에게 공개 반성문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시설공단 내부 게시판에는 잇달아 3건의 반성문이 올라왔다.

오전 11시 47분경에는 모 처장 명의로 "국교부로 부터 모 역사위치를 통보받은 바 있다"며 "즉시 경영진 보고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되도록 해야 했으나 안일한 생각으로 보고를 3일 간 지연시킨 바 있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단의 모든 임직원은 경영진의 판단착오와 공단에 누를 끼침을 각별히 유념하여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 글도 곁들였다.

오후 1시 40분경에는 모 처장이 "입찰이 임박해서까지 입찰금액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업무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결과적으로 수주에 좋지 못한 영향을 남길 수 있었던 점에 대해 반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후 4시경에는 모 처장이 "협약체결건과 관련 사전보고 없이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 추진계획 보고시 수정 보완을 지시받은 바 있다"며 "이 점 깊이 반성한다"는 게시 글을 올렸다.

때 아닌 반성문 행렬에 내부 직원들이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기반성이 강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직원은 "오늘 아침 확대간부회의에서 김광재 이사장이 몇몇 처장들을 강하게 질책하고 내부 게시판에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했다"며 "업무상 질책을 할 수는 있지만 자기비판을 강요하고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올리도록 한 것은 권위적일뿐만 직원들의 인격을 고려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설공단의 또 다른 직원도 "초등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반성문 성격의 글을 보고 놀랐다"며 "자기반성이라면 모르겠지만 경영진의 지시에 의해 공개 자아비판을 강요 당한 것이라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 같은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확인 차 철도시설공단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알아보겠다"라는 말뿐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한편 철도시설공단은 김 이사장 취임직후인 2011년 가진 제2창립 선언식 자리에서 20명의 간부들이 자아비판 및 충성서약을 해 '조직문화'가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반성문 #강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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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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