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중단 요청에 좋은 게 좋은 거라던 해경 수사해야"

수사본부 "해경 수사 계획 없다"에 주민들, '제식구 감싸기' 의혹 제기

등록 2013.07.24 17:59수정 2013.07.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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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해경에 설치된 수사본부
태안해경에 설치된 수사본부신문웅

충남 태안군 안면도 사설 해병캠프 참가 고교생 5명 사망사고와 관련, 해양아카데미 교육생 사망사건수사본부(본부장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과장 송일종 총경, 이하 수사본부)가 해경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기자와 만난 수사본부 관계자는 "23일 구속된 교관 3명과 함께 불구속 입건된 사설캠프 대표 김아무개(48)씨와 K여행사 대표 김아무개(49)씨, 수련시설 대표 오아무개(49)씨, 공주사대부고 2학년 주임교사 김아무개(49)씨 등 8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며 "불구속 입건된 사람들 가운데 최소한 2명 이상은 추가 조사를 통해 영장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3일 태안군청과 교육청 관계자와 사고지역 해수욕장 번영회장 등 6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해병캠프 운영실태 파악 여부와 지시사항 이행 여부, 사고지역의 지형 특징 등에 대해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주민의 신고를 묵살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해경에 대해서는 "해경이 관리 감독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사본부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를 업체 등으로 한정해 진행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캠프 중단과 지도 단속을 요구하는 신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인근 해경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해상레저영업에 대한 관리 감독은 해경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경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사본부가 해병대 코리아 교관과 유스호스텔 등 업체 중심으로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주민 "해경 파출소에 체험 중단 요청했으나..."


 안개가 자욱히 깔린 지난 7월 8-9일경 사고지점에서는 노보트 체험이 진행됐다.
안개가 자욱히 깔린 지난 7월 8-9일경 사고지점에서는 노보트 체험이 진행됐다. 신문웅

지난 12일 직접 해경 파출소에 캠프 중단을 요청하는 신고를 했던 A씨는 "7월 초부터 위험한 해병대 체험 활동이 계속되고 있어 해당 업체에 위험성을 알리고 중단 또는 장소를 옮길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며 "이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며 인근 해경 파출소에 체험 활동 중단을 요청하는 신고를 했으나 오히려 파출소 관계자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근무자는 2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시 신고가 접수되어 현장에 출동했고 나중에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고 좀 자주 해 달라는 당부를 한 적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해경이 정기적인 순찰 활동도 하지 않았거나 비호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A씨가 제시한 사진을 보면 지난 8일과 9일 사고지점에 안개가 자욱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노보트 체험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순찰을 했다면 중단시켰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해경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와 해당업체에 중단을 시키거나 장소를 옮겨 실시하도록 했다면 이처럼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며 "수상레저활동 감독기관인 해경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해경은 사고 다음날 수사 브리핑을 통해 "사고 전날 해당 업체에 대한 지도 점검에서 별 다른 이상이 없었고 사고 당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순찰을 돌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해경의 점검서류에 계류장은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해경의 점검서류에 계류장은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신문웅

 계류장이 있어야 자리에는 잡초만 무성
계류장이 있어야 자리에는 잡초만 무성신문웅

아울러 해경은 수상레저영업을 시작하는 업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수상레저기구(무동력보트) 계류장 존재 여부도 형식적으로 점검했다는 의혹은 받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업체 측이 공유수면점사용 허가서를 받을 때의 약속과는 달리 계류장을 설치하지 않고 체험 활동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또 해경이 갖고 있는 점검 사진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실제 업체가 신고된 장소와는 다른 장소였고 규격도 다른 임시 계류장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수사본부가 해경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조사없이 수사를 종결할 경우 부실 수사라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안사설해병대캠프 #해양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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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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