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장까지 한전 편들기 ... 주민들 "돈싸움 만드나"

[밀양 송전탑 갈등] 엄용수 시장 기자회견... 영남권 민주노총 '연대' 밝혀

등록 2013.07.25 14:47수정 2013.07.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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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갈등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엄용수 밀양시장이 한국전력공사를 편들고 나섰다. 그러나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경과지 주민들은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서서 주민들을 '돈'으로 싸우게 만드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전문가협의체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자 대화·협상을 권고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지난 13일에 이어 20~21일에도 밀양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으며,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7월에는 공사 재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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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밀양시장과 공무원들이 15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765kV 신고리-북경남 밀양송전선로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정부와 한국전력이 '8월 공사 재개'를 위한 명분쌓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속에, 엄용수 밀양시장도 나섰다. 엄 시장은 25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밀양시청 간부 공무원과 송전탑 경과지 면장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엄용수 밀양시장 "각 면별 2명씩 보상협의체 구성"

엄용수 시장은 "765kV 송전선 건설사업과 관련해 국민들과 시민 여러분들께 장기간 많은 걱정과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하여 사과드린다"며 "주민들과 한국전력 사이에서 조정·중재역할을 해오다가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접점을 이루어낼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 시장은 "과장·왜곡된 정보로 주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며 "밀양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원전 폐기 등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원하는 외부세력이 이제는 밀양문제에 개입하지 않길 진심으로 호소하고, 주민들도 과학적인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입장을 밝히게 된 이유에 대해, 엄 시장은 "더 이상 논쟁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되었고, 지역의 피폐만 더욱 확대시킬 뿐"이라고, "예전과는 달리 사업 주체인 한국전력이나 정부에서 주민 피해와 보상에 관한 한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어 주민의 권익보호와 피해보상에 대하여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엄 시장은 "특히 피해보상과 지원에 있어서 간접공동보상뿐만 아니라 직접개별보상도 병행해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조만간 출범할 보상협의체에 있어서 밀양시가 중심을 잡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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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밀양시장과 공무원들이 15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765kV 신고리-북경남 밀양송전선로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보상협의체에 대해, 엄용수 시장은 "경과지 주민들께서 마을 단위로 요구사항을 제출해 주시면 한국전력,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며 "반대측 주민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한국전력 주장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는 지적에, 엄 시장은 "주민들은 여러 가지 주장했던 것에 대해 해볼 만큼 다했고, 정치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밀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엄 시장은 "사업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고, 받아들이되 합의하는 쪽으로 이끌자는 것"이라며 "반대측에 대해서는 보상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보상과정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대책위는 경과지 주민들의 뜻을 모두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상직 장관이 두 차례 밀양을 방문했는데, 엄 시장은 "오늘 입장 발표는 윤 장관과 관련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협의체에 대해 엄 시장은 송전탑 경과지 4개면에 2명씩 참여하게 되며, 26일까지 위원 추천을 받는다고 밝혔다.

반대대책위 "주민들을 돈싸움으로 만드는 것인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날 엄용수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서서 주민들을 '돈'으로 싸우게 만드는 것인가"라며 반박했다. 이들은 "윤상직 장관이 두 번이나 밀양을 내려와서 했던 일은 결국 밀양 주민의 분열과 갈등의 씨앗을 뿌린 일로 귀결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 윤 장관이 밀양 방문 끝에서 공표했고, 오늘 밀양시장이 나서서 결성을 밝히는 '보상협의체'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보상을 둘러싼 밀양 주민과 주민간의 갈등, 분열로 이끌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하고, 밀양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들은 일찍부터 한국전력이 제시한 보상안에 대하여 1584세대 1813명의 서명을 통하여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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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밀양시장과 공무원들이 15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765kV 신고리-북경남 밀양송전선로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런 민의를 비웃는 듯, 정부는 밀양 주민들이 반대하는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지원법'을 주도적으로 입법하고자 노력했고, 이제는 아예 밀양시와 행정조직을 동원하여 극소수 찬성주민들을 엮어 보상협의체라는 갈등의 씨앗을 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명 '밀양지원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현재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들은 "우리는 보상 협의체에 응할 수 없으며, 보상협의체의 존재 자체가 다수 경과지 주민들의 의사와 전혀 동떨어진 것임을 분명히 한다"며 "즉각, 철회해야 하며, 밀양 문제를 정도에서 풀어가는 유일한 방식은 주민 재산권, 건강권, 이 사업의 타당성, 기술적 대안과 같은 4대 쟁점 사안을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통하여 풀어가는 길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정부와 밀양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민의를 직시하고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지 말 것"과 "이 문제를 정도(正道)로 풀어갈 것", "주민들을 결국 돈으로 싸우게 만드는 이 비열한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윤상직 장관은 밀양 오지 말고, TV토론이나 추진하라"

또 이날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윤상직 장관에 대해 "밀양 주민들은 알 만큼 안다, 수고스럽게 밀양에 계속 내려오지 마시고 TV토론을 추진하라"고 밝혔다.

윤상직 장관은 24일 "밀양 주민들이 정보를 차단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되는 대로 내려가 주민 설명회를 가지려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윤 장관이 어떤 연유에서 밀양 주민들이 '정보를 차단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는 두 가지 의미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 대책위가 주민들에게 사실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밀양 주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년간의 싸움을 통해 주민들은 송전탑 문제에 관한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식견과 상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상문제의 핵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굳이 국정에 바쁜 장관까지 나서서 매주 밀양에 내려와서 설명해야 할 만큼 밀양 주민들이 무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윤상직 장관이 누군가에게 이 문제로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엄청난 국정 현안을 챙겨야 할 장관이 그렇게 자주 밀양을 방문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는 없다고 우리는 판단한다"고 밝혔다.

영남권 민주노총 '밀양송전탑 공사강행 시도 규탄'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본부와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본부는 25일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밀양송전탑 공사강행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영남권 노동자들은 지난 8년간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공사인부들과 대치하면서도 정작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을 먼저 찾아와 위로하신 밀양 어르신들을 기억한다"며 "이제는 우리 노동자들이 밀양 어르신들의 싸움에 연대할 차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라"며 "만약 이 평화로운 밀양 땅에 또다시 공권력과 포크레인을 앞세워 송전탑 건설공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영남권 노동자들은 좌시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고, 우리 사회 가장 약자인 시골노인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이 비겁하고 부도덕한 전쟁을 우리 영남권 노동자들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밀양 어르신들의 싸움에 결합하는 최소한의 연대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의지가 어디까지인지 정부와 한국전력은 실험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번 공사를 강행해보라.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자 주민 연대하여 밀양송전탑 막아낼 것"과 "한국전력과 정부는 공사재개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 "영남지역 다 죽이는 핵발전정책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밀양 송전탑 #엄용수 밀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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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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