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항우리가 다녀온 지 불과 한달 뒤인 2013년 6월, 미국의 비밀을 고발한 전직 CIA요원 스노든이 망명하다 국적이 말소돼 모스크바 공항에 수십일 동안 머물렀다.
윤진
2.
러시아를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묻는 건 두가지다.
안 위험하냐.
안 춥냐.
아 참, 하나 더. 이건 주로 남자들이 묻는다.
러시아 여자들 예쁘냐.
위험은 상대적인 거다. 살인사건 비율로만 따지면 2010년 기준으로 10만명당 18건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1.7건에 비해 10배나 높다. 미국은 11건이다.
미국에선 밤이 되면 무서워 다니지를 못한다는데, 러시아는 스킨헤드도 있고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1주일 동안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 물론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곳을 다니지 않았다. 미국도 번화가는 밤 늦게까지 있어도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들었다. 비슷할 거다. 러시아나 미국이나.
러시아라 하면 굉장히 추울 거라 생각한다. 계절없이 늘 시베리아 한파에 뒤덮인 광경을 상상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봄이 있고, 여름이 있다. 여름에는 낮도 길다.
뻬쩨르부르그는 위도가 높아 해가 지지 않는다. 백야다. 내가 있던 5월 초에도 밤 10시는 돼서야 어두워졌다.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춥다. 봄 날씨를 예상하고 외투를 하나도 가져가지 않았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이튿날 저녁 추위에 으슬으슬 떨다 옷 하나씩 구입해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