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담판 없이 천막 걷지 않겠다"

민주당 장외투쟁 사흘째... 김한길 대표 박근혜 대통령 '정조준'

등록 2013.08.03 15:48수정 2013.08.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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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로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5차 범국민대회에 수많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 남소연


[2신 보강 : 3일 오후 8시 30분]
시민들 "광장 나온 민주당, 적당히 했다가는 돌팔매 맞을 것"

'국민의 손으로, 국정원 개혁.'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 태양 아래 민주당 의원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피켓을 들었다.

"국정조사 해야하는데 휴가가 웬말이냐! 웬말이냐! 웬말이냐!"
"불법 대선개입, 국정원을 개혁하자! 개혁하자! 개혁하자!"
"책임자를 처벌하자! 처벌하자! 처벌하자!"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지 사흘째인 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종로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는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가 민주당 주최로 열렸다. 소라탑부터 모전교까지, 민주당 추산 1만5000명(경찰 추산 3000명)이 발디딜틈 없이 자리를 채웠다. 시민들은 손팻말로 햇빛을 가리거나 부채질을 했다. 민주당 의원은 127명 가운데 112명이 참석했다.

김한길 "언제 어디서든 대통령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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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제5차 국민촛불대회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참석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오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했던 김한길 대표는 단상 위에 올라 "오늘 이 자리에서 제1야당 민주당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대표는 "사전 조율도, 의전도 필요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다"면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 엄중한 정국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를 연장한다고 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정원의 잇단 전횡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고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 정치가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박 대통령은 한시바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헌정질서를 바르게 잡고 나서 진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이어 마이크를 잡았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대선불복행위'라고 공격한 것과 관련해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결과에 승복한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이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행위까지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국기문란, 그리고 헌정파괴 진상규명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민주주의가 지켜져야 민생을 지킬 수 있고, 을도 지킬 수 있으며, 경제민주화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며 평화를 위한 전진도 변함없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민주주의 수호는 민생 수호의 지름길이자, 최후의 파수꾼이다. 민주당은 한 손에는 민생, 한 손에는 민주주의를 움켜쥐고 국민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시민들, 환호 속 "그동안 뭐했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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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에서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에 시민들은 환호를 보내면서도 "그동안 뭐했냐"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정한동(60)씨는 "민주당이 하는 척만 하고 있다. 야당다운 야당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능력한 민주당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진작에 나왔어야 했는데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오니까 이제야 장외투쟁을 한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박영춘(62)씨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받기 위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고대회에 앞선 시민발언대에서 한 시민은 "시민들은 여러분들 편이니까 우리들과 함께 하자"면서 "적당히 했다가는 우리들의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후 7시 보고대회가 끝나자, 단상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시민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줬다. 이어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로 5차 범국민 대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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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제5차 국민촛불대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피켓을 펼쳐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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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와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제5차 국민촛불대회가 열리는 동안 광장 인근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하는 저들(민주당)은 거짓과 왜곡을 일삼는 종북세력"이라며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한편 보고대회가 열리는 동안 동아일보 사옥 앞쪽에서는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50대라고 밝힌 한 집회 참가자는 자신들을 "대한민국지킴이연대·옥인자생초마당·시민단체 활빈당 등에서 모인 단체"라고 소개하며 "매주 토요일마다 이런 집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음주운전 종북세력 탈북자 강제북송'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하는 저들(민주당)은 거짓과 왜곡을 일삼는 종북세력"이라고 발언했다. 보고대회에서 애국가가 들리자, "웬일로 애국가를 다 부르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단체들은 민주당과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각종 피켓을 들고 자신들끼리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시민들과 촛불대회 참가자들이 이를 보고 비난하면 그에 욕으로 응수했다. 한 참가자는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도중 "야 이 XXX야"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싸움이 날 때마다 이를 말렸다. 기자가 이 집회 주최 측에 다가가서 취재를 요청하자 "저쪽(민주당) 취재하라"며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민주당 '여성의원시대'-'국민앵커' 신경민 다시 떴다

"가요계에 소녀시대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여성의원시대'가 있다."

하얀 남방에 청바지. 소녀시대가 <지(Gee)>를 부를 때 입던 것과 비슷(?)한 의상을 입고 민주당 여성의원 10여 명이 무대 위에 올랐다. 국정조사를 이끌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던 김현·진선미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이미경, 전순옥, 최민희, 남윤인순 의원 등은 이날 보고대회를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은 '촛불'의 주제가라고도 할 수 있는 <아침이슬>을 시작으로 <일어나> <상록수>를 불렀다. <상록수>를 부를 때 시민들은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했다.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의 주인공 신경민 최고위원은 역시 MBC 기자 출신인 박영선 의원과 함께 올랐다. 신경민 의원은 '민주 클로징멘트'에서 "민주를 살릴 수 있는 의사는 단 하나, 눈 밝고 귀 밝은 시민들뿐"이라면서 "민주를 당당히 일으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1신 보강 : 3일 오후 5시]
"박 대통령과 담판 없이 천막 걷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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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 남소연


천막을 들고 서울광장으로 나선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장외투쟁' 사흘째인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정국을 풀 열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엄중한 상황에 처한 정국을 풀기 위해선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상황 타개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국정조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진실의 일부를 밝히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통령과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걷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대표의 제안에 청와대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단독회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또 기존 입장을 바꿔서, 국민보고대회 직후 열리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 5차 범국민대회에 당 차원에서 공식 참석하고, 신경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발언을 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광장 한켠에 세워진 천막당사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더운 날씨 속에 폭우가 쏟아졌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다. 천막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부채를 부치고, 지지자들이 가져온 비타민 음료와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지금 상황 풀 열쇠 갖고 있다"

앞서 김한길 대표는 <한겨레> <연합뉴스> 등 언론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 대표는 "집권세력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누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겠는가"라며 "오직 박 대통령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지금의 상황을 풀 열쇠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 등으로 파행을 거듭한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통해 잇단 국기문란 사건의 진상이 모두 드러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조가 정상화된다 해도 그 가운데 일부 진실이 국민 앞에 보여지리라고 기대하는 것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대표는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이 사람들은 지금 우리를 보며 낄낄대고 있구나'하는 것"이라며 분노를 나타내면서 "나를 (장외로) 밀어낸 것이 있다면 새누리당과 청와대였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또 지난 6월 24일 박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한 것과 관련 "어느 날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진짜 벌떡 일어나서 새벽까지 편지를 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와대에 전달했다"면서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몇 마디 언급을 했다.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겠다는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지금 상황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박 대통령을 외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낮 12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와 만나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모두 발언에서 김 대표는 "어른들의 격려가 있는 만큼 저희가 더욱 최선을 다해서 지난 대선을 전후해 몇 달 동안 벌어진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 성역 없는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국회와 국민이 주도하는 국정원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반드시 얻어낼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한 "며칠 내에 함세웅 신부님과 정의구현사제단 여러분께 저희를 격려해 주시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한길 #민주당 #박근혜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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