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꿀빵에는 꿀이 없다

[포토에세이] 통영

등록 2013.08.03 17:02수정 2013.08.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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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서호시장 시장 상인들이 모여앉아 가판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김민수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듯이 여행길에서 만난 그들의 일상은 또 내게 특별한 것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그곳에 대해 좀더 알았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된다. 여행은 아는 만큼 많이 보이고, 볼 수 있는 길이다.

강제윤의 <통영은 맛있다>라는 책을 구입해서 읽기 전에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친구들과 통영으로 여행을 떠났다. 즐겁게 보내고 돌아와 그 책이 생각나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읽었으면 더 풍성한 여행이 되었을 걸'하는 아쉬움, 아쉬움은 남았지만 통영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더 많이 알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같은 풍경인데, 같은 일상인데 여행지에서 만나는 일상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람들도 그렇다. 그냥 그 사람인데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 내가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서울 도심의 인파가 서울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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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거리를 걷는 사람, 여행길에서 만나는 이들은 모두가 여행자처럼 보인다. ⓒ 김민수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가 중요한 순간이다. 그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많은 상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나는 좋아한다.

그이의 속내를 알고, 그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순간부터는 객관화 시켜서 바라볼 수가 없다. 반드시 그러한 결과물들이 투여됨으로 아름답게 보이던 것도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스쳐 지나가듯 만나는 사람은 그냥 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해석하고 싶다. 이기적인 욕심이겠지만, 그 정도 선이 가장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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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 동피랑 벽화마을의 어느 집 옥상 ⓒ 김민수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휴가란 쉬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의미도 있다. 일상과의 단절은 반드시 가만히 쉬는 것만이 아니라 특별한 것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보다 더 힘들기도 하고,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휴가 혹은 여행의 방식에 따라 좋은 여행이라고도 하고 그렇지 못한 여행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사실 모든 여행은 좋다. 일상을 특별한 것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그곳의 일상일지라도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면, 여행의 목적에 어느 정도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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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통영의 꿀빵을 파는 노점상, 꿀빵에 꿀은 없다. ⓒ 김민수


호젓한 풍경, 자연에 파묻혀 지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내 여행길에서는 사람이 그리웁다. 사람이 싫어 여행을 떠난 길에서도 사람이 그리웁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좋다. 그냥,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이 살고 있구나.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었구나!'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저마다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일상이 아주 특별한 것이구나. 그리고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니, 내가 살아가는 곳마다 특별한 곳이구나'하는 정도의 생각 말이다.

<통영은 맛있다>라는 책에 꿀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꿀빵에는 꿀이 없단다. 도착하자마자 통영의 유명한 꿀빵을 먹자고 했다가, 결국에는 다른 메뉴나 일정에 밀리고 밀려 꿀빵 하나 먹지 못하고 돌아왔으니, 그저 그 맛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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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노점상 뙤약볕에 그늘막도 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들 ⓒ 김민수


그냥 서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비슷한 풍경을 만난다는 것은 왜 또 그리도 반가운가? 일상에서 탈출을 원했으면서도, 일상과의 고리를 가지고 있으면 왜 그리도 반가운 것일까?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여행을 준비하고 떠났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그래도 집이 제일 좋아'라는 이 단순한 깨달음. 그래서 자기의 일상을 또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그것이 여행이고 휴가일 터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일 주일이 되기도 전에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 그 꿈을 꿀 때마다 이루지 못하고 일 년에 간혹 한두 번이라도 이루면 행복해 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여행, 사람의 삶 자체가 여행임에도 여행 중 여행을 떠나는 것을 꿈꾸는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통영 #동피랑 #강제윤 #여행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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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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