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지난 3월 28일 오후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에서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가 이날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올해 2~4월에 걸쳐 치러진 한미연합연습(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매년 실시되는 연례연합 연습이다. 그리고 B-52 전략폭격기가 이번 한미연합연습에 처음 참가한 것도 아니다. 또 북한이 2012년 12월 인공위성 발사에 이어 올해 1월 3차 핵실험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이 남한이나 미국에게 '위협'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북한 핵은 남한을 겨냥해 개발된 게 아니다. 북의 재래식 전력은 남한에 열세이긴 하나 남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해 억지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북한 핵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대북핵 선제공격 전략)에 대항해 개발된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 핵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B-2 전략폭격기·미 핵잠수함 등의 참가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면서까지 대 북한 압박공세를 크게 고조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변함없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략 목표는 대북 군사적 위협과 공격을 통해서 대북 봉쇄 및 붕괴·대중 봉쇄를 실현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미국의 패권적인 안보목표가 북한 핵의 억지력의 발전으로 그 실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초조감이 발로된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을 '실재적 위협'(미 국방부장관이나 미 정보국)이라고 부르면서 이전보다 북핵 위협 평가의 수위를 높인 것은 북한의 핵이 괌·오키나와 등지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보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패권 전략(핵 선제공격 전략)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즉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이나 한미연합훈련 참가는 북의 핵 억지력이 향상돼 대북선제 핵공격 전략의 이행이 불가능해지고 그럼으로써 한반도 전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 나아가 이를 발판으로 하는 대중국 패권 구상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과시다. 또 북핵이 미국은 물론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음에도 굳이 B-52 전략폭격기의 훈련계획까지 언론에 공개한 것은 한국 내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한국방어 아닌 대북공격 훈련
B-52나 B-2스텔스폭격기 등이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치 이번 전략폭격기의 출격이 한국의 요구에 따른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B-52 전략폭격기나 스텔스폭격기(전투기)는 1976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릿 훈련에 참가했는데, 그때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오래 전이었다.
팀스피릿 훈련은 대북핵 선제 공격 훈련으로 이 훈련에서 B-52 전략폭격기가 대북핵 선제 공격 임무를 맡았던 것처럼 이번 키리졸브훈련에서도 대북핵 선제 공격이 임무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핵 공격은 전략사령부의 핵 공격 계획인 'OPLAN8010' 및 '대 WMD전 작전계획'(CONPLAN8099) 그리고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 5026'과 '작전계획 5029'에 따라 시행되는데 이들 작전계획은 모두 '대북선제공격교리'에 입각해 있다.
한미연합훈련도 겉으로는 중국 등을 의식해 대북 방어훈련을 표방하나 사실은 중국 봉쇄 등 미국의 지역 및 세계 패권 전략 수행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주한미군도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그 주된 기능이 한국방어 임무에서 대 중국 봉쇄 및 세계지역 분쟁 개입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북한 군사력을 압도하는 핵 전력이 동원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그것을 단순히 대북 방어훈련으로 보지 않는다.
2010년 11월 한미연합서해 해상훈련에 대해 중국은 "서로 주장이 다른 남북 간 문제에 미국이 끼어서 중국을 겨냥한 항공모함 훈련을 한다"(<매경뉴스>, 2010년 11월 25일 보도)고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중국은 2012년 4월 말에 러시아와 서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군사훈련은 물론 미국태평양함대의 서해훈련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KBS 뉴스> 보도, 2012년 3월 31일)임을 명확히 했다.
지난 2~4월의 한미연합훈련은 남한과 북한의 연합훈련을 비교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과잉대응인가를 알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년 만에 동해상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기로 하였다"(<경향신문>, 2011년 9월 2일)는 보도처럼 북한은 수십 년간 연합훈련 자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 북러합동군사연습은 전투기조종사의 해상조난에 대비한 수색구조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연습이 실시됐다는 보도는 아직 없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사실상 연중 내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12 국방백서>를 보면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과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합동연습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 실시하는 것 외에도 각 군별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그 종류가 연합상륙전훈련, 연합대잠전훈련, 연합비정규전훈련 등 모두 아홉 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미연합해상훈련만 연간 15회 이상 실시되고 그 중 연합대잠훈련은 연간 10회 실시된다. 또 한국·미국·일본 등 다국적군이 실시하는 연합훈련(한일 수색 및 구조훈련 포함)도 코브라골드·림팩 등 일곱 가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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