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강정평화대행진.
조성봉
참 이상한 행진이었다.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에서 '강정평화대행진'을 함께 걸었고, 같이 웃었고, 같이 땀 흘린 1천여 명의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에게 '강정'이란 마을 이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평범한 제주도의 한 마을이 이토록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모이자, 함께 걷자, 함께 외치자... 강정에 평화를!'전국 각지(미국에서도 왔으니 전 세계인가?)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정말 덥고도 여름날을 보냈다. 옷은 땀에 젖고, 발은 퉁퉁 부었으며, 목소리는 점차 쉰 목소리로 변해갔다. 그러나 행진에 참여한 1000여 명의 사람들은 항상 웃었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80세 노인부터 7살 어린애까지 남녀노소, 주교부터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까지 함께 웃으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춤추는 일이 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고생하겠다는 사람들이 수천 명('강정평화대행진'에 작년 2012년에는 약 3천여 명이 참가했고, 올해는 1천여 명이 참가했다)이나 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이상한 일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났다. 이런 이상한 행진대열을 바라보는 제주사람들의 시각은 어떠했을까?
행진 도중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주관적 판단이다. 사람은 원래 자기 좋은 족으로 해석하지 마련이다!) 그러나 격렬하게 반발하는 분들도 있었다. 한적한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를 향해 "이 미친*들..."이라고 얘기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다가가서 정중히 여쭤보았다. 왜 그러시냐고?
그 분의 말은 "나라는 누가 지키냐?"였고, 내 대답은 "제가 지킬테니, 같이 군대 가실래요?"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슬며시 옷을 잡고 그만하라고 말린다. (전쟁나면 진짜로 군대 가실려나? 난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총을 들 각오가 되어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