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소리, 농촌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

홍천군민대상 '문화체육부분' 수상한 고향지킴이 조성근씨

등록 2013.08.06 13:16수정 2013.08.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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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끝을 보였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세상이 찜통이다. 살맛나지 않는 여름 폭염이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무더위를 치열하게 이겨나가면 분명 즐거운 날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 인생이 다 그렇다.


강원도 홍천군에 사는 조성근씨의 삶도 그렇다. 지난 13년 동안 지근거리에서 그의 일상을 보아온 사람으로서 지역 사회를 위한 그의 남다른 열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a  지난 2010년 11월1일 화촌면민의 날 화촌면 노인들이 참가하여 '소몰이 소리' 경연대회를 하는 장면.

지난 2010년 11월1일 화촌면민의 날 화촌면 노인들이 참가하여 '소몰이 소리' 경연대회를 하는 장면. ⓒ 이종득


잊혀져가는 농촌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지난 3일 홍천강변 토리숲공원에서 제30회 홍천군민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인구 7만여 명이 사는 홍천군 발전에 기여한 공을 기리기위한 시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문화예술부문 조성근씨(56·화촌면성산리), 체육진흥부문 사재혁씨(28·역도 올림픽 금메달), 사회봉사부문 박학천 씨(48·홍천아산병원 전 원장), 지역개발부문 최진혁씨(서면 팔봉리), 효행부문 이순옥씨(55·홍천읍삼마치리), 애향부문 김상규씨(57.·안산시 단원구)가 수상했다.

수상자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지역 사회에서 나름대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책임을 다한 분들이다. 그 중에 조성근씨를 인터뷰했다. 기자가 귀농한 2000년부터 줄곧 지근거리에서 봐온 분이라 굳이 인터뷰가 없어도 기사 작성이 가능한 편이었지만 군민대상 수상에 대한 소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상 받으니 기분 좋지. 그렇지만 쑥스러운 것도 많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단한 일이나 한 것처럼 상을 받으니 얼굴이 화끈거려서……"

조성근씨는 말끝을 얼버무렸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내세우려는 말은 낯간지러워서 차마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여 사회를 보면서 흥을 돋아주는 그는 목소리도 남다르게 큰 편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늘 즐겁고 흥을 돋우는 데에서만 쓴다.


화촌면 군업1리 이장을 4년 동안 봤고, 홍천군 이장협의회장도 맡아보았다. 화촌면 문화체육회 상임부회장을 8년 동안 맡아 실속 없는 시간을 보냈다. 공무원인 면장이 회장을 당연직으로 맡아 보는 관계로 실제 지역의 문화 체육관련 일을 추진하는 것은 상임부회장의 몫이다. 2년 마다 바뀌는 면장과 달리 지역민을 대표하여 지속적으로 업무를 이어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a  조성근씨가 이끄는 화촌면 병아리 응원단. 무용하는 응원단 뒤에서 박수를 유도하고 있는 조성근 씨

조성근씨가 이끄는 화촌면 병아리 응원단. 무용하는 응원단 뒤에서 박수를 유도하고 있는 조성근 씨 ⓒ 이종득


a  지난 2012년 홍천군 나라꽃무궁화 축제 읍면 대항 입장식에 문화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선수단 앞에서 입장하는 조성근(사진 맨 오른쪽) 씨 와 이순자 면장 등

지난 2012년 홍천군 나라꽃무궁화 축제 읍면 대항 입장식에 문화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선수단 앞에서 입장하는 조성근(사진 맨 오른쪽) 씨 와 이순자 면장 등 ⓒ 이종득


조성근씨가 군민대상을 받은 이유는 매년 11월1일 열리는 '화촌면민의 날', '노인의 날' 행사에서 3년 전부터 "잊혀 가는 우리소리를 찾아"라는 슬로건으로 "소몰이 소리"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홍천군 '너브내 줄다리기' 팀 단장으로서 바쁜 농사꾼 선수들을 모아 전국대회에 출전해 2회 연속 우승 및 총 3회 우승, 준우승 1회라는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소몰이 소리는 사라져가는 농촌문화를 재현함으로 "어른들께는 과거의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잊혀져가는 농촌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노동요를 발굴,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로 해마다 "소몰이 소리" 경연대회를 펼쳐오고 있으며, 줄다리기는 단합된 농촌의 정신을 지키는 중요한 문화라고 조성근 씨는 소개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10월 14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화촌면 주민 임은복씨의 소몰이 소리가 현지심사종목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그 성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a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죽창에 사타구니를 찔려 평생 고생하신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후원하는 조성근 씨 부부(어르신 옆이 부인)와 적십자 회원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죽창에 사타구니를 찔려 평생 고생하신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후원하는 조성근 씨 부부(어르신 옆이 부인)와 적십자 회원 ⓒ 이종득


a  지역 노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있는 조성근 씨

지역 노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있는 조성근 씨 ⓒ 이종득


내 고향을 지키는 '응원단장' 조성근 씨

조성근씨는 30대였던 1990년 대 고향마을인 장평리에서 염소농장을 운영하다 실패를 경험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농촌체험 농원을 운영하면서 군업1리 이장을 맡아 보기 시작했다. 그때 기자가 그 마을에 귀농을 했다. 처음 그를 대했을 때 동네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그때부터 어설픈 '서울촌놈'이었지만 외지인 취급받지 않고 동네잔치마다 참가할 수 있었다. 정월대보름맞이 행사에도 참여했고, 마을 천렵에도 빠짐없이 초대를 받았다. 그는 참 바지런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 때문에 귀농을 한 사람으로서 동네 사람들과 이물없이 지낼 수 있었다. 

홍천군에서는 지역 면민 체육대회를 겸한 "나라꽃무궁화축제"가 해마다 10월에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나라꽃무궁화축제는 그 전에 '한서문화제'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진행돼왔다. 그때마다 조성근씨는 화촌면 응원단장이다. 십 수 년을 줄곧 맡아온 일이었다. 2박3일 동안 열리는 축제기간 그의 목은 늘 잠겨 있었다. 그 덕에 응원상은 화촌면이 당연하다는 의견이었다. 홍천의 응원문화를 화려하게 바꾼 공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조성근씨는 지역 어른들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6·25전란 당시 무명용사로 참전했다거나, 지역을 지키다가 북한군에게 피해를 입어 부상당한 어르신을 대신해 보훈처에 찾아다니면서 보훈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민원을 하는 일도 몇 년 동안 이어왔다. 하지만 그 일은 끝내 참전했다는 증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이루지 못했다.

a  올해 삼척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맞이 전국 줄다리기에 참가해 우승 후 그념촬영. 앞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앉아 있는 조성근씨

올해 삼척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맞이 전국 줄다리기에 참가해 우승 후 그념촬영. 앞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앉아 있는 조성근씨 ⓒ 이종득


a  군민대상을 수상하고 꽃다발을 목에 건 조성근 부부

군민대상을 수상하고 꽃다발을 목에 건 조성근 부부 ⓒ 이종득


조성근씨는 화촌면 문화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서 동네 어른들을 보시고 에어로빅 교실을 운영하며 참여를 독려해 지금은 젊은할머니(?)들이 많이 사는 화촌면이 되었다. 해마다 홍천의 축제장이면 늘 병아리 옷을 입은 노인들의 에어로빅 응원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심에 조성근씨가 있는 것이다. 

지역 일이라면 어려운 학교 문제(학생 수가 적어 해마다 통폐합이 거론되는 화촌중학교 관련 등등)든, 어려운 이웃 문제(생활이 어려운 지역의 독거노인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다니는 봉사 활동은 조성근씨 부인이 참여하고 있음)든 두 손 걷어 올리고 나서는 조성근씨의 제30회 홍천군민 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아가는 그의 지역 사랑은 크게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것이기에 그의 이번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젊은 시절 몇 번의 사업(농업관련) 실패를 지역 사랑 실천으로 극복하며 지금 그 자리에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이웃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a  지난 8월3일 홍천군 토리숲에서 열린 홍천군민대상 시상식 후 기념촬영

지난 8월3일 홍천군 토리숲에서 열린 홍천군민대상 시상식 후 기념촬영 ⓒ 이종득


#홍천군민대상 #조성근 #홍천사랑 #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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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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