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죽음의 유혹은 시작됐다! 뮤지컬 <엘리자벳>

[정지선의 공연樂서] 극적인 드라마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탁월한 조화

등록 2013.08.06 17:57수정 2013.08.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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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한 작품으로 뮤지컬 <엘리자벳>을 꼽는데 이견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12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되면서 역대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올해의 뮤지컬 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은 물론 남우조연, 음악, 의상, 무대, 조명, 음향에 이르기까지 8개 부문을 수상하며 뮤지컬 사상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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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박수소리를 이끌어낸 엘리자벳(옥주현)의 주요 넘버 나는 나만의 것 중 한 컷 ⓒ EMK뮤지컬컴퍼니


올해 하반기 역시 뮤지컬 <엘리자벳>은 화려한 귀환에 성공했다. 이는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얼굴 표정과 아낌없는 박수 그리고 그들의 열띤 환호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터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 곳곳에서 들려오는 관객들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서도 뮤지컬 <엘리자벳>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관객반응이 두드러진 넘버(장면)들을 중심으로 뮤지컬 <엘리자벳>을 살펴본다.


프롤로그 _ 도대체 왜, 어째서 황후 엘리자벳을 죽였습니까?

황후 엘리자벳의 암살자이자 극의 해설자인 루케니가 모습을 드러내자 "도대체 왜, 어째서 엘리자벳을 죽였습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지겹다는 듯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런 젠장"을 내뱉는다.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루케니는 100년 전 엘리자벳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무덤 속에서 불러내고, 하나둘 깨어난 사람들은 좀비처럼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며 저마다 기억 속의 남겨진 엘리자벳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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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니로 분한 박은태(좌)와 죽음으로 분한 전동석(우) ⓒ EMK뮤지컬컴퍼니


한편, 루케니의 소개로 등장한 죽음은 11미터 높이의 브리지 위에서 엘리자벳의 초상화를 뒤로한 채 "완전한 파괴만이 자신의 의무"였다고 고백한다. 여느 작품들이 그렇듯이, 뮤지컬 <엘리자벳>의 프롤로그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 춤 _ 마지막 춤, 넌 나와 춰야 해!

소피 대공비의 계획과 달리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벳은 결혼식을 올린다. 황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엘리자벳을 향한 궁정 사람들의 우려 섞인 눈초리 속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엘리자벳은 손님으로 찾아온 죽음을 마주한다. 죽음은 행복감에 도취된 엘리자벳에게 "지금 이건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언젠간 그 환상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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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분한 박효신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고, 그의 음색이 어우러진 마지막 춤 넘버는 한층 더 매혹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 EMK뮤지컬컴퍼니


죽음으로 분한 박효신은 극적인 캐릭터만큼이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고, 그의 음색이 어우러진 넘버는 한층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이 장면에서 죽음과 함께 등장한 죽음의 천사들이 보여준 안무는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은 날개 하나하나에 스톤을 붙인 의상팀의 노고가 더해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_ 우리는 행복 찾아 헤매는 조각배

관객들이 가장 뜨거운 환호를 보낸 넘버로는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과 2막 오프닝인 루케니의 '키치'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인 루돌프를 잃은 슬픔에 잠겨 궁을 멀리하는 엘리자벳과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는 요제프가 함께 부르는 넘버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좀 더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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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에 이어 엘리자벳으로 분한 옥주현의 넘버 소화력과 연기가 단연 돋보인 넘버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중에서 한 컷 ⓒ EMK뮤지컬컴퍼니


요제프와 엘리자벳이 어떤 시련도 함께 헤쳐 나가자고 약속했던 포쎈호펜 호숫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찾은 그곳에서 엘리자벳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행복의 가능성을 노래하는 요제프와 달리 엘리자벳은 비탄에 잠긴 어조로 "행복은 너무 멀리에 있다"며 흐느낀다.

이 곡은 황후로서의 삶이 쉽지 않을 것이라 일러두는 요제프와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던 엘리자벳이 부르는 1막의 '날 혼자 두지 말아요'와 대조를 이루는 넘버로, 초연에 이어 엘리자벳으로 분한 옥주현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무대와 의상, 조명 등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드라마와 캐릭터 그리고 중독성 짙은 넘버까지 뮤지컬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맞물려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매회 커튼콜마다 이어지고 있는 전석기립의 현장, 관객들의 기대가 환희로 바뀌는 그곳, 뮤지컬 <엘리자벳>이 공연되는 거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지선의 공연樂서 #뮤지컬 #엘리자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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