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의 든든한 보디가드, 얼룩말
김동주
마치 계약이라도 한 것처럼 누 떼의 근처에는 언제나 소규모의 얼룩말들이 있는데 이 얼룩말들의 역할이 바로 안전요원이라고. 상대적으로 개체 수가 적은 얼룩말은 누 틈에 자신을 숨기고 대신 발달한 시각과 청각으로 위험을 미리 감지하면서 누 떼와 함께 움직인다. 이들의 본능이란 인간의 지혜 못지않게 위대하다.
한편 운전기사인 로렌스의 연출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
"얘들아. 사자한테도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흔히 야수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는 맹수 중에서는 드물게 무리 생활을 하는데 그 개체 수를 유지하기가 참 힘들다고 한다. 어디 가서 잡아먹힐 염려도 없는 사자가 개체 수를 유지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낮은 출산율 때문. 다른 동물에 비해 출산율이 현저히 낮은 사자는 그래서 수컷이 애를 먹는다고. 수컷과 암컷이 같이 있으면 정확히 15~20분마다 한 번씩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란다.
"거짓말 하지마 로렌스. 그게 말이 돼?" "하하. 친구 저길 보라고. 그들에게도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니 이 정도가 좋겠네." 그렇게 로렌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누런 풀숲에 수컷 사자 하나가 암컷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소개팅에 나온 맞선 남처럼 머뭇머뭇 거리던 수컷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조금씩 조금씩 암컷에게 다가갔고 암컷에게서 별 거부 반응이 없자 그 등에 올라타 짝짓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