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키 섬에 한국인을 섬기는 신사가 있다, 없다?

[규슈 기행 3] 이키 섬 도진가미와 벼농사 유적지

등록 2013.08.09 11:11수정 2013.08.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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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키 섬 남서부 인도지항 부근에 있는 도진가미입니다. 작은 숲속에 신을 모시는 사당이 만들어져 있고 제물로 올려지는 쇠붙이 도리이와 남근이 놓여있습니다.

  이키 섬 남서부 인도지항 부근에 있는 도진가미입니다. 작은 숲속에 신을 모시는 사당이 만들어져 있고 제물로 올려지는 쇠붙이 도리이와 남근이 놓여있습니다. ⓒ 박현국


지난 7일 아침부터 이키 섬 여러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섬 서남쪽 인도지 항구 부근에는 도진가미(唐人神)가 있습니다. 일본 지명이나 사물 이름에 당(唐)이라는 글자는 주로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건물도 없고 작은 숲속에 신을 모신 석상과 상징물, 그리고 남근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쇠로 만든 작은 도리이를 만들어서 제물로 제당에 올립니다. 당인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말하고, 이 가운데 쇠나 쇠를 만드는 방법을 전해준 사람은 가야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로 보아 이곳 도진은 이곳 사람들에게 처음 쇠를 전한 가야 사람들로 보입니다. 그리고 제단 앞에 제물로 남근이 모셔진 것으로 보아 도진을 바다의 신으로 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 도진가미는 원래 바다에서 해류를 타고 떠내려 온 주검 하반신을 어부가 처음 보고 이를 잘 수습하여 바닷가에 무덤을 만들고 잘 섬겼다고 합니다. 이후 이 어부는 이 무덤을 에비수신으로 섬겨 부부애가 더욱 좋아지고, 자녀를 많이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a    도지가미의 제단과 제물입니다. 이곳에는 남근과 쇠붙이로 만든 도리이를 바칩니다.

  도지가미의 제단과 제물입니다. 이곳에는 남근과 쇠붙이로 만든 도리이를 바칩니다. ⓒ 박현국


이후 이키 섬에서는 옛날 바닷가에 해류로 떠내려 온 주검을 보면 이곳 사투리로 쇼게오쵸칸시라고 하여 주검이 더 이상 해류에 떠내려가지 않게 한 다음 다른 사람을 불러 주검을 수습하여 바닷가에 묻고 에비수 신으로 섬겼다고 합니다. 가능한 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잘 섬기면 에비수 신의 영험으로 부자가 되고 행복하게 된다는 신앙이 전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 [규슈 기행 2]에서 말한 것처럼 바다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터전 즉 여성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남근을 바다의 신에게 제물로 드리고, 바다의 신을 더욱 기쁘게 해드리고, 바다 신에게 더 많은 풍요와 행복을 기원해 왔습니다. 이러한 예는 일본 이키 섬뿐만 아니고 한국 동해안 해랑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온 사람을 당인이라고 해서 섬기는 것은 쇠붙이를 만드는 기술이나 쇠붙이만 가져왔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마도 철기 제품은 싸움할 때 사용하는 창이나 칼뿐만 아니라 농기구와 더불어 들어왔을 것입니다.


a    일지국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복원된 하라노츠지 유적지입니다. 유적지는 환호취락으로 구릉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앞에는 넓은 논이 있습니다.

  일지국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복원된 하라노츠지 유적지입니다. 유적지는 환호취락으로 구릉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앞에는 넓은 논이 있습니다. ⓒ 박현국


벼농사를 재배하는 기술 역시 한반도에서 이곳 이키 섬에 전해졌습니다. 이키 섬을 비롯한 일본에 벼농사를 전해준 사람이나 통로는 한반도 이외에는 전파 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는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중국 남부에서 직접 벼농사가 일본에 전해졌다고 하는데 그 때, 중국과 일본을 직접 연결하는 크고 튼튼한 배는 당시 일본이나 한반도에 없었습니다. 신라 장보고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일본에서 출발한 배가 현해탄을 건너고 한반도 바닷가를 거쳐서 중국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이키 섬에 전해진 벼농사는 이키 하라노츠지 부근에서 발견된 여러 유적과 환호취락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환호취락은 '규슈 기행 1'에서 말한 것처럼 정착 농경사회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유적입니다.

a    복원된 하라노츠지 유적지의 여러 집들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나 사신이 머무는 곳, 전망대 등 특징적인 건물과 환호 등을 복원했습니다.

  복원된 하라노츠지 유적지의 여러 집들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나 사신이 머무는 곳, 전망대 등 특징적인 건물과 환호 등을 복원했습니다. ⓒ 박현국


그런데 이곳 이키 섬에서 대규모 환호취락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곳 하라노츠지 환호취락 유적은 부근 여러 논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릉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기 도자기 조각이 출토되어 그동안 여려 차례 발굴이 진행되었는데 2010 년 환호취락을 일부 복원하여 공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본 야요이 시대 유물 1670 점이 출토되었는데 이들은 토기나 토제품, 목기나 목제품, 석기나 석제품, 쇠붙이, 뼈붙이, 유리 제품 등으로 그동안 일본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가장 많은 양입니다. 이 유물 가운데는 중국이나 한반도에서 전해졌거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유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문화 역시 그렇습니다. 쌀을 주식으로 살아온 동아시아는 오래전부터 벼농사와 관련된 문화가 벼농사와 더불어 여러 곳에 전해졌습니다. 이 때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 전달의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a    이키시립 일지국 박물관 모습입니다. 박물관 처마 선이 주위 산등성이와 닮았습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 지붕에 흙을 얹고 잔디를 심었습니다.

  이키시립 일지국 박물관 모습입니다. 박물관 처마 선이 주위 산등성이와 닮았습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 지붕에 흙을 얹고 잔디를 심었습니다. ⓒ 박현국


참고 사이트> 이키 시립 일지국 박물관, http://www.iki-haku.jp/, 2013.8.6

이키 섬 가는 법> 후쿠오카(福岡)나 가라스(唐津)에서 훼리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키 섬 #도진가미 신사 #하라노츠지 유적지 #일지국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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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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