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벳(김선영 분)과 황제 요제프(민영기 분). 자유분방한 엘리자벳은 요제프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에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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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중반까지는 루케니의 재판, 엘리자벳이 공중 외줄타기 중 낙하로 '죽음(Tod)'과 처음 마주치지만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에 반한 '죽음'이 그녀를 구해준다는 내용, 엘리자벳의 언니와 선을 보게 된 요제프가 막상 엘리자벳에게 반해 그녀와 결혼하게 되는 과정, 결혼 후 시어머니인 대공비 소피와의 불화 등이 극의 형식에 적응되기 전에 빠르게 전개되어 다소 내용이해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요제프와의 결혼축하 무도회 장면부터 본격적으로 이 극의 성격이 드러나며 박진감이 넘친다. 무대 뒤편에서 중앙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죽음'이 엘리자벳을 향해 "마지막 춤"을 노래하는데, 8월 9일 공연에서 '죽음'역의 전동석은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파워풀한 가창력에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무대를 압도했다.
대공비 소피 역 이정화는 다소 저음의 굵고 늘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엘리자벳의 아들 루돌프 황태자를 엄마에게서 떼어놓고 자신이 직접 교육시키는 시어머니 역할을 맛깔스럽게 잘 표현했다. 힘든 결혼생활에 지쳐 침실문을 닫아버린 엘리자벳에게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라고 요제프는 간곡히 부탁한다. 요제프 역의 이광용 역시 엘리자벳을 사랑하지만 황제로서 어머니 대공비를 거스를 수 없는 역할을 잘 표현해 냈다.
엘리자벳은 '나냐 어머니냐' 선택하라며 요제프에게 최후통첩의 편지를 보낸다. 엘리자벳 역의 김선영은 잔잔한 선율을 카리스마 있게 담담한 어조로 잘 표현했으며, 이후 파워풀한 부분의 노래나 연기에서도 전반적으로 이전 뮤지컬에서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요제프는 엘리자벳을 선택하겠다고 답하고, 엘리자벳과 요제프, 이들을 지켜보는 죽음의 멋진 삼중창 "나는 나만의 것"으로 1막은 화려하게 끝이 난다.
2막 시작은 루케니 역의 박은태가 객석에서 등장하며 관객의 눈길을 끈다. 박은태는 죽음 역 전동석과는 또다른 매력의 시원한 고음과 날카로운 음색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2막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또한 뮤지컬 넘버들도 귓속에 쏙쏙 꽂히는 선율들이 많다. 대공비는 "우리냐, 그녀냐"라는 노래를 부르며 요제프가 사창가 여자들에게 유혹받도록 계략을 꾸민다. 한편, 황태자 루돌프는 기자로 가장해 신문에 아버지 요제프를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정치적으로 반기를 든다.
죽음이 루돌프를 찾아와 어두운 다리를 배경으로 부르는 노래 "그림자는 길어지고"도 무척 멋있다. 죽음 역 전동석의 파워풀한 목소리 사이로 루돌프 역 김이삭의 고음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뚫고 나온다. 루돌프의 죽음에 엘리자벳은 오열하며 자신도 죽음을 원하지만, 약해진 엘리자벳을 죽음은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