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김선희(가명), 삼성전자에서만 만 15년을 꼬박 일했습니다.
유성애
2007년에 결혼식을 올린 뒤 곧바로 임신을 시도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동네 산부인과부터 대학병원까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검사를 반복했는데도 임신이 되질 않았어요. 나중에는 불임클리닉을 다니면서 인공수정도 6번, 하다하다 안 돼서 시험관 아기도 두 번인가 해봤는데 자꾸 실패만 하는 거예요. 나팔관에도 이상이 없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었어요. 그런 과정이 5~6년 지속되니까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더라고요.
저는 가족력이나 그런 것도 없거든요. 친정엄마만 해도 7남매를 낳으셨고, 언니 3명도 모두 2명씩 어려움 없이 출산했는데 왜 저만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사실 시험관 아기 하려면 난자도 채취하는 등 여자 몸이 많이 상하거든요? 그런데도 가족들 모르게 혼자 병원 찾아가서 치료 받고, 또 그 상태로 아픈 몸 이끌고 일하러 가고…. 회사에 인원이 적어서 저만 따로 쉴 수가 없었으니까요. 가족도 친구도, 아무한테도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서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6년 만에 만난 내 아이,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작년 3월 7일인가? 마침 그 날이 휴무라 집에 있다가, 별 생각 없이 임신테스트를 해봤는데 결과가 '임신'으로 나오는 거예요. 왜 약국에서 파는 긴 막대기 같은 거 있잖아요? 거기에 선명하게 두 줄이 그어져있는데…. 이게 진짜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어요. 믿기지도 않고 꿈만 같아서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남편한테 전화로 얘기했더니, 회사라 크게는 못 웃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이틀 후에 바로 근처 산부인과 가서 확인했더니 임신이라고, 축하한다면서 아이 초음파 사진도 줬어요. 남편이랑 같이 태명도 지었죠, '튼튼이'라고. 튼튼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진단받고는 바로 연차휴가를 썼어요. 6년을 기다려 겨우 만나게 된 내 첫 아이, 하루하루가 날아갈 것 같은 시간이었죠.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을 받을 때마다 날짜를 적어 책에 붙여놨어요. 그렇게 한 20일인가 지났는데, 병원에서 갑자기 이상하다면서 아기 심장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는 거예요. 임신 10주차 정도일 땐데 아이집도 잘 안 보인다고 하대요? 아이한테 이상이 있을 확률이 80%가 넘는다기에 겁이 확 나서, 여성전문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아봤어요.
거기서 '악성 포상기태' 진단을 받았어요. 의사 말로는 포상기태라는 게 태반의 영양세포가 병적으로 커지면서 포도송이처럼 자라는 거래요. 그러면서 포상기태의 태아는 자라는 도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5일 전까지만 해도 초음파사진에 동그랗게 보이던 아기집 형태가 찌그러져 나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