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송3사는 '촛불시민' 인터뷰는 하지 않을까?

등록 2013.08.11 15:54수정 2013.08.11 15:54
2
원고료로 응원
 서울광장은 '촛불의 바다'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5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수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서울광장은 '촛불의 바다'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5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수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권우성

10일 서울광장에 '수만 개 촛불'이 켜졌습니다. 촛불은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6만 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은 만 6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온 나라를 합하면 주최 측은 10만 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지난 6월 21일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이 첫 촛불을 들었을 때 700명이 모였으니, 10만 명이면, 140여배입니다. 엄청나게 늘어난 것입니다.

방송3사(KBS·MBC·SBS)와 <조중동> 등 신문들이 보도는커녕 관심조차 없는 가운데 140배가 늘어났다는 것은 국정원 불법선거에 대한 시민들 분노와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줍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방송3사가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는다고 분노했습니다. 지난 6일에는 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진상규명 시국회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한 KBS·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공영방송인 KBS·MBC는 '정권의 시녀방송'으로 전락했다"며 TV를 부수는 퍼포먼스까지 벌였습니다.

비판 강도가 워낙 강한 것을 의식했는지, 지난 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5차 국민대회는 방송3사 모두 메인뉴스에서 보도했습니다. KBS <뉴스9>는 <野, '국정원 개혁' 촛불집회…與 "구태 정치">제목 기사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은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했자"면서 "경찰추산 (만 6천여 )명, 주최측 추산 (6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C<뉴스데스>도 <민주, 2차 대규모 장외집회…새누리, "국회 복귀해야"> 제목 기사에서 "전 당원 대상으로 총동원령이 내려진 민주당의 제2차 국민보고대회. 민주당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거듭 촉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끌어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SBS <8시뉴스> 역시 <'촛불'든 야당…"집회 참석하라" 총동원령> 제목 기사에서 "주최 측은 5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힌 반면에, 경찰은 참석 인원을 1만 2천명으로 추산했다"면서 "장외투쟁 열흘째를 맞은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참석하라는 총동원령을 내려, 문재인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소속 의원 127명 가운데 115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데스크 10일 민주당 장외집회를 보도했지만, 촛불집회는 자세히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집회 가장 기초 자료인 참가수를 아예 빼버렸다.
뉴스데스크 10일 민주당 장외집회를 보도했지만, 촛불집회는 자세히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집회 가장 기초 자료인 참가수를 아예 빼버렸다. 뉴스데스크

<뉴스9>와 <8시뉴스>는 촛불집회 참여 수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집회에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매우 중요합니다. 모인 숫자에 따라 집회 승패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집회 때마다 주최 측과 경찰 측 숫자가 차이가 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는 촛불집회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인 참가 수를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방송3사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인터뷰는 전혀 없었습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언론들은 찬반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를 싣습니다. 공정성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촛불에 참여한 시민들 인터뷰가 당연히 들어가야 합니다. 방송3사는 촛불집회에 대한 여야 반응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 연설을 방송했지만, 시민 인터뷰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사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도 전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과하게 말하면 촛불집회 '껍데기'만 보도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나온 한 여성 시민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부정선거다"라며 "부정선거는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당연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말했습니다. 한 고시생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데도 방송이 적극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아서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혔다는 걸 느낀다"며 촛불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비판했습니다.


생생한 시민들 목소리를 전해야만 촛불집회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지 시청자들이 알게 됩니다. 하지만 방송들 집회를 여야 공방으로 몰아갔습니다. 촛불은 보도했지만, 교묘한 왜곡 보도입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해성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jiksseol)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로 이 사실을 방송3사는 전해야 합니다.

권력은 대선에 불복하느냐고 묻는다. 저 광장의 대중은 불의에 불복하고, 헌법파괴에 불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불복한 자들에게 불복하는 것이다. 불복만이 민주주의에 복종하는 일이기에, 대중은 불복으로써 정의와 시대양심에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 #방송3사 #국정원 불법선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5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