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즐거움을 아는 아들이 되길 바라며

[군인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를 마치며] 아들과 함께한 <정치의 즐거움> 행사

등록 2013.08.12 14:02수정 2013.08.12 14:02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7월 17일 아들은  21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아들 군에 보내고 마이너스였던 내 통장은 플러스로 돌아왔고, 아들 건사할 시간에 짬짬이 글을 써 책 한 권(<아버지의 리어카>)을 펴냈다. 아들의 군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며 병영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병무청 블로그 어머니 기자 생활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솔직히 아들 보고픈 생각도 잊을 만큼 일에 몰두했다.

아들은 어떤가? "군에 갔다 오니 이제 내 인생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 지 알겠다, 보험처럼 중요한 한 가지 기술, 확실한 핵심능력을 길러야겠다"고 말했다. 8월 26일이면 학교로 돌아갈 아들은 "룸메이트가 점잖은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성격은 생각이 깊기 때문에 행동에도 절도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도 군필자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7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열린 <정치의 즐거움>독자와의 대화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7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열린 <정치의 즐거움>독자와의 대화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최정애

최근 읽은 책에서 발견한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요하게 있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도 떠올랐다. 아들이 주장하는 점잖음과 고요함은 공통점이 있다는 믿음에 아들이 새롭게 보였다.

혹자는 말한다. "자식은 마음대로 안 된다. 부모의 강요보다 자식이 원하는 길을 가게 하라."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읽기만은 강요하고 싶다. 읽기를 통해서 직접 보지 못한 세계를 폭넓게 경험했으면 한다. 보고 들은 만큼 그릇도 커지기 때문이라 점을 늘 실감하며 살기에.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지적으로 성숙해 세속적 즐거움이 줄어들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을까?

아들이 군 생활 중 휴가를 나올 때면 필수 코스로 문화탐방을 넣었다. 아들도 행동 반경이 좁은 군에서 나오면 넓은 세상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휴가 중 여수엑스포, 서울백암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함께 살자', 서울도서관, 마을축제 관람 등의 문화투어를 했다. 

 박 시장은 '시민이 시장이다'는 마음으로 공개와 참여, 소통과 상생의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것이 새로운 정치, 하고 싶은 정치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이 시장이다'는 마음으로 공개와 참여, 소통과 상생의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것이 새로운 정치, 하고 싶은 정치라고 말했다. 최정애

전역 기념으로는 더위가 한풀 꺾이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가려고 표를 구입해 두었다. 그러던 차 <오마이뉴스>에 공지된 <정치의 즐거움>(오마이북) 독자와의 대화가 눈에 들어와 신청했다. 다행히 참가 대열에 끼었다. 아들도 참 좋은 기회라며 좋아했다.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전국에서 강연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달려왔을까'를 생각하며 강연을 들었다. 

신개념의 강연 방식이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묻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답하는 식이었다. 사전 인터넷을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도 눈길을 끌었다. 질문한 독자를 단상으로 불러 질문에 얽힌 얘기를 듣는 시간도 흥미로웠다.


서류 정리가 취미라는 박 시장은 1년 6개월여 시장 생활을 하며 정리한 파일이 500~600권쯤 된다고 했다. 그 파일은 분명 아이디어의 보고일 것이다. 나 역시 신문 스크랩과 파일정리가 중요한 일과이기에 이 대목에서 특히 귀가 솔깃했다.

 무더위에도 전국에서 <정치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달려온 독자들
무더위에도 전국에서 <정치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달려온 독자들 최정애

요즘 배우 이병헌이 찍은 광고로부터 시작되어 유행이 된 '단언컨대'를 패러디한 질문에서 박 시장은 "영혼이 담긴 정치와 행정을 펼치고 싶다, 단언컨대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답을 했다. 단 한 문장으로 답하기 코너에서는 "아내란 내 안의 태양, 소녀시대는 우상이다"라고 풀이했다. 딱딱한 기자회견 방식이 아니라 사소한 질문과 격의 없는 대화에서 박 시장이 펼치고 있는 시정과 현안 그리고 대안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들은 "나와 같은 또래 대학생들의 적극성에 놀랐다"며 "나라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면 과연 갈 수 있을까,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청년들의 도전정신, 대화, 질문기법도 배웠다, 잠자고 있는 나를 깨우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던 1.0에서 쌍방향 정보 제공의 2.0을 거쳐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행정정보를 제공하는 정부형태인 3.0 정부를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치란 무엇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맥을 짚었다. 3.0 정부 또한 이런 식으로 접근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시장은 부천에서 간 독자인 나를 반갑게 맞으며 부천은  자주 찾는 도시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천에서 간 독자인 나를 반갑게 맞으며 부천은 자주 찾는 도시라고 말했다. 최정애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마을 가꾸기에 관심이 많다. <정치의 즐거움>에는  마을 가꾸기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들어있어 밑줄을 많이 그었다. 50~6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동네 환경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서울 금천구의 암탉 우는 마을, 마을주민들이 출자한 마을공동체 회사가 100여개에 이른다는 전북 완주군, 협동조합, 마을 기업 등의 사례를 모아 오는 10월 열릴 사회적 경제 엑스포 등 미처 생각 하지 못한 정보가 가득했다.

박 시장은 "시민이 시장이라는  마음으로 공개와 참여, 소통과 상생의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새로운 정치, 하고 싶은 정치다"고 했다.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한 청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책에서 밝혔다.

"정치란 자신이 굶고 남을 배불리 먹게 하는 것이며 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자세가 무릇  그래야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정말 이런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치의 즐거움 -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하다

박원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3


#<정치의 즐거움> #오마이북 #박원순 서울시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