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이 아파트 매매, 전세, 월세 가격을 붙인 모습.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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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대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 기준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무려 30.98%나 상승했다고 한다. 세입자들은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살던 집 주인에게 전세금 인상 통보를 받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전셋집 자체가 실종했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공급도 문제다.
야권은 주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 연장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발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법에 부정적이다. 다만 최근 야당에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을 거래하자는 제안을 했다.
양도소득세 중과는 모든 주택 거래에 가하는 징벌적 과세가 아니다. 오로지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집을 사서 단기에 팔아치워 얻게되는 투기차익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중과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맞바꾸자고 하는 것은, 전세금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하는 법 통과시켜 줄 테니, 대신 집부자들의 투기에 따른 세금을 깎아주자라고 하는 것과 같다.
투기바람 일면 전세대란 없어진다?사회적 약자들의 주거 안정보다는 집주인들의 재산권을 더 중요하게 관리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책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 많은 힘을 쏟았다. 건설업 입장을 대변하고 주택 시장 투기를 부른다는 비판에도 거래활성화 대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21차례나 발표됐다. 그러나 주거 난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한 전세 문제는 주로 전세자금 대출 확대의 내용으로 몇 차례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주거 정책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태도는 상당히 이념적으로 보인다. '어떤 일이 있어도 부자들의 재산 손실 가능성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려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말하는 '민생'이란, 최소한 재산을 갖고 있어 재산권을 보호받고 자유로운 재산 증식이 이뤄지는 창조(?)적인 민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얼마 전 MBC <백분토론>에서는 전세대란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 진행 내내 새누리당의 입장을 옹호하는 패널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외쳤다. 주택 거래에 징벌적 과세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집 살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전세 수요가 주택 매매 수요로 전환되지 않아 전세대란이 온다는 주장이다.
양도소득세는 소유기간이 짧을 경우 양도차익의 크기에 따라 중과되는 세율에 한 번 더 중과하는 징벌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부동산 단기 투자에 따른 차익에 대해 징벌적 중과를 하는 이유는 투기 근절을 위해서다. 오로지 차익거래만을 위해 주택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 자체가 주택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불로소득에 기대는 투자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양도소득세 중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설사 징벌적 과세제도 탓에 주택 거래가 경직되고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해도, 중과제도 폐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더욱이 현재의 전세대란은 여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세 사는 사람들이 양도소득세가 두려워 집을 사지 않고 전세 살면서 버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이런 현실진단은 전세 사는 사람들에게 황당한 일이다.
최근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세자금 대출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에서 받은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최근 2년 새 약 2.7배로 늘었다고 한다. 전세금도 부족해 빚을 내는 마당에 마치 양도 차익에 대한 기대가 없어 집사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식의 진단은 세입자들을 불쾌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양도소득세를 완화시켜 주택 차익 거래에 기댄 수요, 즉 세입자들이 투기하도록 함으로써 전세 대란을 해결하자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전세입자들에게 이렇게 호소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빚 더 내서 집을 사란 말야!"돈 더 빌려줄테니 전세금 올려주라는 정책목돈 안드는 전세제도가 오는 23일부터 시행된다. 이름만 들으면 언뜻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제도인 듯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정책 이름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라면 말 그대로 목돈이 필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실 내용은 엉뚱하게 목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은행관계자와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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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신 대출을 받아 이자비용을 낮춰주겠다는 황당한 내용을 담고있다. 사실 이 정책에 대해 비교적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조차 냉소적이다. 지나치게 창조적인(?) 이 정책은 실효성 없을 게 뻔하다. 혹은 실효성이 있다면 그 결과는 더욱 위험하다.
현재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입자들의 전세금은 위험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주택에 투자할 때 빚과 전세를 지렛대로 활용했다. 집값이 상승할 때는 문제 없지만 집값이 하락할 때는 집주인이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떼일 수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월세시장의 전망과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하우스푸어의 위험이 렌트푸어에게 전이되고 있다고 한다. 연구원은 일명 깡통전세에 몰릴 수 있는 가구 수를 19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 자료에서도 현재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전세 주택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50%이지만,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LTV는 71%이고 80%가 넘는 전세 주택도 26%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세입자들 상당수가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돈 빌려주는 대책은 위험한 일이다.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일에는 제재를 하지 않고 오히려 세입자에게 돈 빌려줄 테니 전세금 올려주라는 것이 바로 현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그것도 집값이 떨어져 집에 껴있는 빚 때문에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집값이 하락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절대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정책 아닐까?
주거 약자 보호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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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문제를 단기에 해소하기에는 정책 수단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재산권 보호보다는 주거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작동될 필요가 있다. 전월세 상한제와 더불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이 제도가 오히려 공급을 줄여 단기적으로 전세금이 폭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법이 최초 제정되던 당시에도, 아니 제정되기 한 참 전부터 이미 전세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제정 전후로 특별한 폭등은 없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실패했다고 말한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대부분의 복지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고 이들 나라에서는 계약 자동 갱신권까지 보장하고 있다. 즉 세입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연장 할 때 임차료는 법이 정한 이상 올릴 수 없다. 하우스 푸어들의 위험이 전세입자들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는 지금.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와 법을 제정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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