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뒤 교정당국 관계자들에 둘러싸인채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남소연
[6신 최종신 : 17일 0시 8분] 증인선서 거부로 시작해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불발로 끝난 청문회
청문회는 16일 오후 11시 40분께 끝났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는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짜 맞춘 듯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증인이 선서를 거부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야당 위원들은 "작심하고 위증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두 사람이 지난 14일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발부된 동행명령장도 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을 명한 동행명령장에 불응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접견을 마친 후에야 출석에 응해 이날 오후 2시 청문회에 출석했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오전 10시부터 13시간 30분간 진행된 청문회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을 두고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했고, 김 전 청장은 "설사 자신이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더라도 '알겠습니다'라고 할 뼈대 없는 경찰은 없다"고 강조했다.
12월 13일 원세훈·권영세, 대화록 상의 위해 통화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청문회를 통해 새로 드러난 사실도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13일 정보위원회 도중 원세훈 전 원장과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전화통화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공개됐다. 박범계 의원이 "권영세 대사와 통화했느냐"고 묻자, 원 전 원장은 "당시 정보위에서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권 대사와 개인적으로 가까우니 전화해 상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보위 정회 때 전화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직 국정원장이 민간인이면서 유력 대선후보 캠프의 2인자와 통화한 것은 엄청난 일"이라면서 "국정원 여직원 사건도 상의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원 전 원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경민 의원은 전화통화를 근거로 '권영세 몸통설'을 주장했다. 그는 "권영세 대사는 지난해 12월 11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대화록을 끼워 맞췄다'는 얘기를 했고, 14일 김무성 의원은 부산유세에서 대화록을 공개했다"면서 "권영세 대사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은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이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과 통화해 무엇인가 상의했다"면서 권 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원세훈-권영세 통화'의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권영세 대사에게 전화해서 왜 새누리당이 (정상회담록에) 집착하느냐고 타박했겠다"고 하자, "그렇다,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원 전 원장은 답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친분이 있는 권영세 대사에게 남북정상회담 발췌본을 건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원 전 원장은 "전혀 없다"면서 "국정원이라는 조직에서 제가 꺼내 와서 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용판 전 청장이 "댓글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 15일 누구와 점심을 먹었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위 수사 발표를 모의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의 의혹에 김 전 청장은 "누구와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불발 한편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의 증인채택은 불발됐다. 국정조사가 끝나는 23일까지 두 사람을 증인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이날 여야가 증인채택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당은 지속적으로 두 사람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두 사람은 댓글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증인 채택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청문회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날은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을 비롯한 국정원 간부들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증인으로 신청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