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삼형제도 의롭게 살아야 해"

[우리 가족 여행기] 3박 4일간의 여행

등록 2013.08.16 21:02수정 2013.08.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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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산공항 처음 비행기를 타는 우리집 세 아이들

군산공항 처음 비행기를 타는 우리집 세 아이들 ⓒ 권성권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쉼'을 얻었다. 뭐랄까? 가족들과 함께 한 '대가족 여행'이라 할까. 나와 아내, 큰 딸, 둘째 아들, 그리고 막내아들까지 모두 5명이서 함께 움직인 여행이었으니 말이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긴 했지만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주일 저녁엔 전주의 처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손자 녀석들을 보시자 얼굴에 함박웃음꽃이 피었다. 모름지기 사랑은 내리사랑임을 실감했다.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다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을 배불리 먹여주셨다.

a 일출랜드 앞에서 입장은 못하고 그냥 그 앞에서 기념 사진만 한 컷

일출랜드 앞에서 입장은 못하고 그냥 그 앞에서 기념 사진만 한 컷 ⓒ 권성권


다음날 군산공항에서 티켓을 끊어 제주도로 날라 갔다. 세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었다. 그 설렘을 무엇으로 비할 수 있을까?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는 그때 세 아이들 입가에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앞에 있는 '해뜨는 집', 그곳이 우리 식구들이 묵었던 펜션이다. 그곳은 꽤나 이름 난 집이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가 그곳서 묵었기 때문이다. 총 세 차례나 그곳서 묵었다는데 세 번째 묵던 그때에 그 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가 저녁밥을 했다. 그 사이 나와 아이들은 바닷가로 향했다. 전라도 진도에서 캐냈던 조개를 그곳서도 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시원한 국을 만들어 밥에 말아먹을 작정이었다.

a 서귀포항 앞에서 배를 놓치고, 저 멀리 우도를 뒤로 한 채 한 컷

서귀포항 앞에서 배를 놓치고, 저 멀리 우도를 뒤로 한 채 한 컷 ⓒ 권성권


헌데 이를 어쩌랴? 아무리 캐도 조개는 나오질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체면이라도 세울 요량으로 열심히 파고 또 팠다. 한 시간가량 캤을까? 그때까지 캔 조개는 고작 일곱 개뿐이었다. 그것으로 누구 입에 풀칠을 하랴?


둘째 날 아침을 해 먹고 곧장 '일출랜드'로 향했다.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는 제주도에 또 많은 게 있었다. 샛길이었다. 분명코 일출랜드로 가는 길목이었지만 엉뚱한 샛길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빙글빙글 돌고 돌아 일출랜드에 도착했건만 아이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단다. 아내는 그래도 들어가자고 야단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찌를 듯한 더위를 날릴 셈으로 배를 타자고 뜻을 모았다. 헌데 이를 어쩌랴. 여러 샛길 때문에 시간을 맞추지 못해 배는 떠나고 말았다. 그 앞에서 사진이라도 남길 요량으로 우리 다섯 식구는 멋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a 믿거나 말거나 안에서 세계에서 제일 뚱뚱한 아주머니. 믿거나 말거나다

믿거나 말거나 안에서 세계에서 제일 뚱뚱한 아주머니. 믿거나 말거나다 ⓒ 권성권


제주에서 마지막 날 아침이었다. 그날 아침 혼자 갯벌에 나가 조개 하나를 더 캤다. 그것으로 아내가 아침 밥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그 맛도 꽤나 일품이었다. 아내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한 몸매 하는데, 요리 솜씨도 끝내준다. 장모님을 닮아서일까?

제주공항서 다시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다. 웬일일까? 세 아이들은 전혀 설레는 눈치가 없다. 벌써 질린 것일까? 아님 익숙해진 탓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두 번은 더 흥분된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 게 아닌가. 그래야 엄마와 아빠 체면이 서지!

a 의로운 형제 우리 아이들도 의로운 삼형제가 됐으면 좋겠다

의로운 형제 우리 아이들도 의로운 삼형제가 됐으면 좋겠다 ⓒ 권성권


공항에서 짐을 찾고 곧바로 예당과 광시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펜션'에 짐을 풀었다. 예당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낚시터가 있고, 광시는 우리나라에서 몇 번째로 손꼽는 한우시장이 있다. 오랜만에 소갈비를 먹어보려 했지만 그날 저녁 우리식구들은 생삼겹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틀을 더 버티려면 그만큼 먹는 걸 줄여야 했던 탓이다.

a 리솜스파 재미나게 놀았어요. 정말로 지칠줄 모르고요

리솜스파 재미나게 놀았어요. 정말로 지칠줄 모르고요 ⓒ 권성권


8월 15일, 우리 가족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곳곳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곳서 가까이에 있다는 '의좋은 형제'의 쉼터로 향했다. 나는 그 형제의 이야기가 상상 속에 꾸며낸 것인 줄 알았다. 헌데 그게 실제 이야기였다니! 큰 딸에게 물어봤더니 하나하나 그 이야기를 기억속에서 꺼낸다.

"민주야. 이게 실제 이야기래?"
"아빠, 난 알고 있었는데."
"진짜로. 나는 동화 이야긴 줄 알았지 뭐니?"
"아니야. 진짜 형제 이야기야."
"너희 삼형제도 의롭게 살아야 해."

a 리솜 스파2 아내와 딸, 역시 신나게 놀았어요

리솜 스파2 아내와 딸, 역시 신나게 놀았어요 ⓒ 권성권


점심으로 국밥을 먹은 뒤 곧장 덕산 '리솜 스파'로 향했다. 그곳은 호성 신학교 '옥토회' 동기 가족들이 한데 모이기로 한 장소였다. 다섯 가정에 30명이 넘는 대 가족들이 모여서 그런지 왁자지껄했다. 단체할인을 받아서 그런지 스파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우리 세 아이들은 질칠 기색도 없이 놀고 또 놀았다. 녀석들에게는 제주도보다 이곳이 더 좋은 것 같았다.
#가족 여행기 #의좋은 형제 #성산일출봉 #해뜨는 집 #르 클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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