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주변 대로변을 강대생씨와 함께 동행취재했다. 사진은 강씨가 강남대로변을 지나는 모습.
신원경
몇 칸의 계단을 올라서야 입구에 들어갈 수 있는 점포가 많았다. 기자의 키(168cm)를 훌쩍 넘는 높이에 점포 입구가 있기도 했다. 강씨는 "돌아서 가는 것은 일상이다"고 말했다. 이날도 경사로가 아예 없는 점포에는 들어가지 못했고, 그나마 건물 뒤로 돌아갔을 때, 입구가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점포에는 출입할 수 있었다.
강씨는 "턱 없이 바로 가게에 접근할 수 있는 곳들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턱이 없는 점포에 접근해봤다. 걸리는 것이 없으니 확실히 괜찮았다. 동행취재를 하는 동안에는 기자가 문을 열어줬지만 혼자 다닐 때는 주로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답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더 붐비기 시작했다. 행인과 강씨의 전동스쿠터가 부딪힐뻔한 순간도 몇 번 있었다. 강씨는 인도에 사람이 많아서 다니기 불편할 때는 "차라리 차도로 다닌다"고 말했다.
"특히 핸드폰을 보면서 걷거나,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사람들은 나를 잘 보지 못하고 부딪힌 적이 많아요.(웃음) 차도가 위험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때가 많으니까요." 강씨의 가족은 모두 장애가 있다. 소아마비로 아내(48)는 지체장애 3급, 첫째 수진이(17· 여)는 지체장애 4급, 둘째 민석이(14·남)는 지체장애 2급이다. 강씨의 두 아이는 "혼자 걸을 수는 없지만 누가 부축해주거나, 옆에 손잡이가 있으면 조금씩 걸을 수는 있는 정도"라고 한다.
"비장애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아주 낮은 턱들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운동화 앞쪽이 굽보다 먼저 닳는 편이에요. 발이 턱에 항상 걸리니까요." 복잡한 곳은 잘 다니지 않는다. 사람 많은 곳도 웬만하면 피한다. 좁고 경사가 심한 곳은 가지 못한다. 외출이라고 해봤자 집 근처다. 아이들과 바람을 쐬러 갈 때 가끔 넓은 공원이나, 청계천, 경복궁, 창경궁 등에 가는 정도다. 버스도 불편해서 잘 타지 않는다. 아주 먼 곳은 지하철을 이용하고, 한 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곳은 장애인전동스쿠터를 이용한다. 아이들 등하교도 이 전동스쿠터로 책임진다.
"불편함을 말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