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고장나 본 사람은 안다. 노트북 화면처럼 기분도 노이즈로 가득해진다
김정현
컴퓨터를 고치는 데 그날 당일, 부품이 없다면 길어야 1주일이면 끝나는 게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돈을 좀 아낄 요량이면 용산전자상가나 동네 수리점에 가서 손을 이리저리 비비고 각종 입담을 동원하면 그만이다. 물론 친절한 설명과 빠른 수리시간은 변함없다. 만약 그곳에 부품이 없다면 고객의 시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다른 곳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다. 죄송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게 정상적인 것일까. 우리는 이걸 '정상'이라고, '맞는 것'이라고 너무 굳게 믿어왔던 건 아닐까.
#1 액정 고치는 데 두 달... 그 기막힌 시간의 비밀은들고 있던 컴퓨터가 떨어졌다. 파우치가 땀에 젖어 있었다. 건조하지만 태양빛만으로도 30도를 기록하는 더운 날씨, 팔에서 미끄러진 모양이다. 뭐, 문제없겠지 하고 컴퓨터를 열어서 켰다. 아뿔싸. 검은 화면에 선명한 다섯 개의 붉으락푸르락한 줄. A사 서비스센터는 마드리드에도 없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리보다 더 먼 곳에 딱 한 곳 있다. 용케 표정을 관리하고 물었다. 컴퓨터 고칠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이곳에 20년을 살아오신 사범님 말씀에 "말라가 시내의 백화점에 수리 센터가 있는데 거기는 서비스가 별로니 집 앞에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다. 얼씨구나 좋다. 다음 날 30분을 걸려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갔다.
"Soy amigo de LEE(사범님 친구다)"라고 말하니 사장이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2주 정도 걸린다"고. 이 사람 개그하다 왔나. 나는 화도 내고 울고불고도 해보면서 "정말 중요하다. 이 안에 정말 중요한 파일이 있고 난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한다"고 있는 말 없는 말을 막 끌어냈다. 그러니 영어를 좀 하는 직원이 옆에서 그런다.
"중국에서 부품이 와야 한다. 중국에서 마드리드까지 1주, 마드리드에서 말라가까지 다시 1주다. 2주면 빠른 거다"고 말했다. 주변 스페인 사람들도 뭐 그런 거 갖고 그러냐고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