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 물고기를 때려잡는다? 경이로운 낚시법

[신선생의 미얀마 여행④] 욕심 없는 호수 사람들의 삶

등록 2013.08.23 17:21수정 2013.08.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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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쉐의 여명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박한 스님들의 모습과 신심으로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예물을 준비하여 무릎을 꿇고 새벽을 여는 삶은 감사와 행복으로 가득할 것 같습니다. 라오스 루앙푸라방에서의 탁발은 관광객을 위한 상업화된 모습이었는데 비해 낭쉐의 아침은 엄숙함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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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인레 호수의 새벽 ⓒ 신한범


인레 호수 투어


오늘은 인레 호수의 속살을 볼 수 있는 투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해발 900m 고원지대에 자리잡은 인레 호수는 길이 22km, 폭 11Km에 달하는 미얀마 제2의 호수로서 인레 호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2~3일이 소요됩니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숙소나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를 통해 인레 호수를 즐깁니다. 우리는 상카(삼카) 투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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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인레 호수 지도 ⓒ 신한범


갑자기 늘어난 인원 때문에 보트 두 대를 빌렸습니다.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좁은 수로를 따라 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트가 달리기 시작하자 물보라가 치기 시작합니다. 고원 지대의 서늘한 기온과 물보라가 차가운 바람이 되어 살갗을 파고듭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생각지 못한 추위를 만났습니다. 다른 보트에는 담요나 겨울 파카를 입은 여행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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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시작 인레 호수로 ⓒ 신한범


호수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크고 작은 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레 호수 안에는 17개의 수상마을에 3만~4만 명의 소수민족들이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물위에는 수경 재배를 통해 싱싱한 채소를 재배하는 쭌묘,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학교, 미얀마 사람들의 종교이자 삶의 터전인 불교사원 그리고 생필품 구입을 위한 시장까지 육지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인레 호수의 아이들은 다섯 살만 되어도 노를 저을 수 있다고 합니다.

쭌묘는 여러 개의 굵은 대나무를 호수 바닥에 고정시킨 후 대나무를 갈라 뗏목처럼 연결하여 평평하게 만들어 그 위에 흙과 수초를 얹어 만든 밭입니다. 이곳에 토마토, 감자, 양파 등을 재배합니다. 채소의 재배와 수확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쭌묘에서 생활하며 생산물은 보트로 육지로 이동됩니다. 잘 정리된 쭌묘의 모습은 경지정리 잘된 평야를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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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묘 호수위의 농장 '쭌묘' ⓒ 신한범


1시간쯤 달려 골든아일랜드커티지(Golden Island Cottages, GIC) 호텔에 도착하였습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호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방갈로 형태로 만들어진 호텔과 검푸른 호수의 조화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빠오족이 운영하는 이 호텔은 산카 투어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호텔 프런트에서 입장료를 징수하고 가이드를 승선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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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Island Cottages(GIC) 호텔 인레 호수 위의 호텔 ⓒ 신한범


인레의 5일장

호수 지류를 따라 남판 시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좁은 수로에는 수십 척의 보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언덕 위에는 파고다(불탑)군이 있으며 언덕 아래는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설픈 가건물과 공터에는 갖가지 먹거리와 생필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시장 주위에는 장작더미가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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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1 남판 시장 ⓒ 신한범


검은 상의에 화려한 머리 두건을 한 빠오족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먹거리를 사 먹이는 젊은 엄마, 조잡해 보이는 공산품을 판매하는 상인 그리고 한참 호객행위를 하며 손님을 모으고 있는 야바위꾼까지 시골 장터는 거대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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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2 남판 시장 ⓒ 신한범


저개발국 여행의 묘미는 시간 여행인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해 어린 시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어머님은 장꾼이었습니다. 5일장을 따라 마을을 전전하시며 난전을 펼쳤던 어머님의 모습을 인레 호수에서 만났습니다. 난전을 펼치고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장꾼들의 가정에는 자신보다 소중한 가족들이 있겠지요. 

보트가 상카로 출발하였습니다. 보트는 인레 호수의 핏줄처럼 엮여 있는 좁은 수로를 타고 상류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제 호수보다는 강 같은 모습입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아낙들이 머리를 감고, 아이들은 수영을 하며 손을 흔듭니다. 밭에서는 커다란 뿔을 가진 물소가 밭갈이를 하고 있네요.

부처님의 미소

상카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폐허처럼 보이는 파고다(불탑)군이 보입니다. 호수와 접해 있는 파고다는 우기에는 물에 잠기는 것 같습니다. 파고다 주위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벽돌로 만든 탑신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탑 안을 보니 부처님이 미소 띤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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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모습 허물어져 가는 파고다에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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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 상카 마을 ⓒ 신한범


마을은 무척 한가하였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허술한 집 마당에는 물고기를 잡는 어구들이 늘려 있으며 파파야 나무들이 정원수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사원에는 황금색 불탑과 고목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흰 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옥수수 탈곡이 한참입니다.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 즉석 인화기로 출력하여 선물하였습니다. 타나카(천연 화장품)로 멋을 낸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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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아이들 타나카로 멋을 낸 마을 아이들 모습 ⓒ 신한범


상카 투어를 마치고 낭쉐 마을을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낭쉐에서 상카까지 세 시간 걸렸습니다. 이제 다시 온 것만큼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좁은 보트에서 세 시간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이드가 와인 제조 공장과 파고다를 안내하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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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공장 인레 호수의 와인 고장 모습 ⓒ 신한범


돌아오는 길에 일몰을 만났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일몰이 없지만 거대한 인레 호수에서 보는 일몰은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로 열심히 담아 보지만 눈으로 보는 감동을 저장하기는 부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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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인레 호수의 일몰 ⓒ 신한범


해거름이지만 여전히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좁은 쪽배를 타고 한 발로 노를 저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은 인레 호수의 명물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먼저 노를 이용하여 수면을 힘껏 내리쳐 물고기가 놀라 도망을 가지 못하게 한 다음 그물망을 내려 물고기를 담아 올립니다. 좁은 공간에서 손과 발을 활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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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조업중인 어부 모습 ⓒ 신한범


호수에서 태어나, 호수에서 삶을 영위하는 욕심 없는 인레 호수의 사람들의 맑은 미소는 호수만큼이나 맑고 투명한 것 같습니다. 호수 끝자락에 걸려 있는 일몰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몸과 마음 모두 평화로워집니다. 

석양으로 사라지는 일몰을 바라보며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미얀마 #인레호수 #낭쉐 #상카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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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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