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외풍' 이임사, 청와대로 불똥 튀나

청와대 "개인적 선택일 뿐"... 민주당 "감사원 외풍 실체 밝혀야"

등록 2013.08.26 16:42수정 2013.08.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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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양건 감사원장 이임식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양건 감사원장 이임식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 사진공동취재단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식에서 감사원장 재임 시절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자신의 갑작스런 사퇴 과정에서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양 원장은 이날 감사원 제 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는 언급도 했다.

"안간힘 썼지만 역부족"... 양건 언급한 '외풍' 정치적 파장

양 원장은 이날 사퇴 배경으로 거론되는 감사위원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갈등, 4대강 공사 감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 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팎의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을 절감한다", "독립성을 저버리는 것은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는 민감한 표현을 동원, '외풍'을 언급해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양 원장은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구에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를 내세워 거절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 원장은 4대강 사업 감사를 놓고도 청와대와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선일보>는 여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4대강 사업) 3차 감사 도중 청와대 A 수석이 감사원 B 간부와 감사 방향에 대해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B 간부가 이런 청와대의 뜻을 감안해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 원장과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4대강 사업 관계자들을 징계하거나 검찰에 고발하는 문제를 놓고도 청와대와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논란이다.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고 공언해 온 양 원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심한 것은 이 같은 청와대의 인사와 감사 개입으로 인한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양 원장은 또 자신의 사퇴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개인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임기를 마치지 못한 데는 정치적 외풍으로 인한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이 있었다는 점도 암시했다.

그는 "정부 교체와 상관 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유감 표명한 청와대 선 긋기... 민주당 "외풍 실체 밝혀야"

청와대는 양 원장의 사퇴는 개인적 선택이라며 외풍 논란에 선을 그었다.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번복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그로 인한 감사원 내부 갈등 때문에 양 원장이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에서는 양건 원장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유임을 결정했다"며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양 원장 사퇴 이유로 이런저런 추측성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풍을 언급한 양 원장의 이임사는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등 야권은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양 원장의 사퇴로 감사원에 압력과 외풍이 있었다는 것이 명명백백해졌다"며 "청와대는 감사원에 행사한 외풍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감사원을 정권의 시녀로 만든 이명박 정권을 넘어 당내 친이·친박의 야합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4대강의 진실을 정치적 흥정물로 만드는 행위와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흔드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하고, 감사원장이 사퇴에 이르게 된 배경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논공행상 인사를 하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고, 대국민 사기극인 4대강 공사를 둘러싼 권력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진실이 어떤 것이든 대단히 심각한 인사 스캔들"이라고 비판했다.
#양건 #감사원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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