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꽃게가 산속에 무단투기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인지 성급하게 치웠지만 흔적과 썩은 냄새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꽃게가 버려진 이곳은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곳이며, 마을 성황당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김동이
실제 지난 27일 제보자가 말한 근흥면 신진도리 야산을 찾아갔지만, 꽃게 무덤은 사라지고, 죽은 꽃게가 쌓여있었음을 알려주는 꽃게 집게와 등껍질, 꽃게잡이 어선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철망과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남아 있었다. 특히 꽃게가 놓여 있던 자리에는 파리가 들끓고 구더기가 기어 다녔다. 그 주변을 둘러보니 죽은 꽃게를 운반한 것으로 보이는 트럭 바퀴 자국이 남아있었다.
기자와 함께 현장을 찾은 제보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죽은 꽃게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투기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황급히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썩은 냄새와 일부 꽃게의 흔적으로 볼 때 요 근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수산시장에 놓여 있어야 할 꽃게가 산속으로 버려지는 것일까. 제보자 등 수산시장 상인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너무 이른 조업으로 상품가치가 없는 꽃게가 다량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상품화 과정에서 버려지는 꽃게의 양이 늘어 이를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꽃게 조업선이 조업에 나가는 시간과 패킹작업 종료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신진도 항의 경우, 꽃게를 가득 실은 꽃게조업선이 신진항에 들어왔다가 다시 조업을 위해 나서는 시간은 오후 5~6시께고, 이들 어선들로부터 꽃게를 사들인 업자들이 톱밥을 넣은 상자에 3kg 단위로 꽃게를 포장하는 패킹작업은 밤 11~12시경에 마무리가 된다.
보통 상품성이 없는 꽃게는 조업을 나가는 어선에 실어 공해상에 버리지만, 요즘처럼 꽃게가 풍어를 이루는 시기에는 물량도 많고 패킹작업 시간도 늦어지다보니 조업에 나가는 어선에 실지 못하는 것. 그렇다 보니, 일부 몰지각한 상인들이 인근 야산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몰래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또 한 가지 이유로 너무 싼 꽃게 시세를 들었다. 실제 지난 27일 태안의 최대 수산물 시장이자 꽃게의 집산지인 근흥면 신진도리의 안흥위판장에서는 꽃게 경매가로 kg당 자망(그물)으로 잡은 꽃게는 5000원, 통발로 잡은 꽃게는 3400원선에 거래됐다.
"물렁게 많아, 버려지는 꽃게 많다...금어기 조정 필요"신진도 수산시장에서 꽃게 유통업을 하고 있는 최아무개(37)씨는 "꽃게 패킹작업을 하다보면 상품가치가 없는 꽃게는 선별해서 걸러내는데 보통 걸러낸 꽃게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거나 다시 조업에 나서는 어선에 실려 공해상에서 처리해왔다"며 "패킹작업이 밤 늦게까지 진행되면서 조업 나가는 어선에 싣지 못하는 꽃게를 야산에 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어선에 실어 보내지 못했다고 해도 주민들이 산책하는 등산로에 죽은 꽃게를 버리는 것은 양심도 없는 행위"라며 "수백 마리에 이르는 죽은 꽃게를 야산에 버려 바람이 불면 냄새가 마을까지 내려올 정도며, 죽은 꽃게가 쌓여 있는 곳에는 파리와 구더기도 들끓는 등 위생에도 좋지 않아 시급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