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 사교육비만 오르겠네

[주장] 교육부, 대입제도 발전방안 발표... 교육 체질 개선에 더 큰 노력 기울여야

등록 2013.08.29 15:36수정 2013.08.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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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교육부가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우선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와 선택형 수능 폐지 등이 눈길을 끈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가 폐지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아래 니트)을 수능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이번 발표 시안에 선택형 수능과 문·이과 폐지 방안 등이 포함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문·이과 폐지 방안은 학문 간 융합이 중시되는 시대 조류나 이에 걸맞은 복합적인 사고력 신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최종 결정 안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도입 1년 만에 개편되는 운명을 맞은 선택형 수능은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면교사의 사례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도입 1년 만에 개편되는 선택형 수능... 반면교사 사례로 기억해야

다른 발표 내용에는 문제가 없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이번 시안에 전격적으로 포함된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 문제부터 살펴보자. 12조6000억 원. 교육부가 2011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영어와 수학 과목의 사교육 비용 합산액이다. 영어가 6조7000억 원, 수학이 5조9000억 원이다. 국어는 1조5000억 원 정도 규모에 이른다.

그동안 수능 선택 과목이었던 한국사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 원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면 그 규모가 앞으로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 국어 과목의 사교육 시장 규모인 1조5000억 원대에 육박한다는 말이다. 이들(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을 모두 합치면 15조6000억 원대다. 우리나라 전체 교육 예산 49조 원의 30%를 넘는 금액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정권 교체가 정치권에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교육계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특히 대학 입시 시장은 정권 교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권 교체에 따른 교육 정책 변동이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시선과 관심이 쏠려 있다는 말이다. 전 정권 5년 동안 정체된 사교육 시장의 도약이나 재편도 정권교체기에 벌어진다. 오죽하면 이 시기를 '대목'이라고 표현할까.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교육 정책 변화는 학교와 교육 시장 모두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온다. 무망하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교육'을 통해 가파른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공교육비용 외에 해마다 사교육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구별이 따로 없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일 게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를 참조해 보자.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0년의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만7652원이었다. 말 그대로 '껌값' 수준이다. 하지만 2010년에는 그 금액이 껑충 뛰어오른 18만7000여 원으로 집계된다. 20년 만에 약 열 배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정부 수립 이후 이번 시안 발표까지 대입제도 개선책이 나온 횟수는 모두 17회다. 평균적으로 약 3년에 한 번꼴이다. 3년 만에 한 번씩 '대목'을 맞았으니, 사교육 시장의 급성장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에 뒤따르는 사교육비의 폭증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니트, 560여억 원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 교육부의 '계륵' 사업

 특별반과 일반반 아이들의 학습여건은 큰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일반고등학교 점프-업' 추진계획이 실행되면 일반고등학교들은 '거점학교'와 '일반학교'로 나뉠 것이라 전망되었으나, 8일 만에 폐지되었다.
특별반과 일반반 아이들의 학습여건은 큰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일반고등학교 점프-업' 추진계획이 실행되면 일반고등학교들은 '거점학교'와 '일반학교'로 나뉠 것이라 전망되었으나, 8일 만에 폐지되었다.김지현

이번에는 니트에 관한 내용을 보자. 니트는 토익이나 토플과 같은 해외 영어 시험 의존도를 낮춘다는 명목으로 도입되었다. 2008년부터 개발되어 시행되고 있는 국가 공인 영어 시험인 니트는 지금까지 56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다.

하지만 유기홍 민주당 의원의 표현을 따르면, 니트는 교육부의 '계륵' 사업이 돼버렸다.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푸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번에 수능 연계 취소 방침까지 나왔으니 그 존폐가 위태로운 정책이 돼버렸다.

교육부는 현장 영어 교육에서의 활용을 니트의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장 물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어떤 평가 결과가 대입에 활용되지 않으면, 그 존재감이 철저하게 없어지는 게 대한민국 입시 문화(?)가 아니던가.

교육부가 니트를 수능과 연계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들어보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니트와 같은 새로운 시험을 (입시 과목의 하나로-기자) 도입하는 데 따른 사교육 유발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란다. 지난 몇 년 간, 니트가 금방이라도 대학 입시 영어를 전면적으로 대체할 것처럼 얘기하던 그 많은 교육 관료와 전문가들은 그런 점을 몰랐을까. 수능 필수 과목화 결정에 따라 예상되는 한국사 사교육 시장의 팽창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28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른바 '거점학교'에서 영어와 수학 심화과정에 따라 추진하려던 '우등반 수업' 정책을 8일 만에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김광하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장이 제시한 백지화 사유가 가관이다. 발표 후에 다시 의견을 들어보니 (그 정책을 시행하면 안 된다는-기자) 새로운 여론이 도출되었다는 것. 처음에 '일반고 점프업'이라는 해괴한 명칭을 쓸 때부터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이번 발표가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점프업' 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오히려 끼리끼리 움직이고 소통하는 대한민국 교육 관료 시스템의 속성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부는 최종 발표가 나오는 10월까지 정말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많은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이번 시안 발표에는 작년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표한 '행복교육'이나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5대 실행방안 등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시안의 주된 목적이 대입제도 발전이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작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나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은 한시가 급한 문제들이다. 이들은 대입제도 개선 못지않게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교육부의 전향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 #반값 등록금 정책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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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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