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자신의 쉼은 중하게 여기면서 다른 사람의 생활은 극단적으로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가란리 바닷가 풍경.
이주빈
지난 2011년 4월, 서남해 해양세력의 천년 야망을 이어갈 압해도 시대가 다시 열렸다. 1969년 무안군으로부터 분군(分郡)한 지 42년 만에 신안군 청사가 압해도에 들어선 것이다. 압해대교가 개통돼 내륙과의 소통도 원활해졌다.
압해읍 분매리에서 가란도 가는 길로 들어선다. 자연산 난초가 풍부하여 가란도(街蘭島)라 불렸던 섬. 하지만 지금은 난초보다 갯벌 낙지가 더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압해 갯벌낙지의 약 70%가 가란도 뻘등에서 난다.
가란도 가는 바다 위로 길이 275m, 폭 2.5m의 작은 다리가 놓아졌다.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보행교다. 2013년 5월 이 다리가 놓아지면서 가란도 주민들은 4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걸어서 육지 나들이를 하게 됐다.
이 작은 다리를 사람들만이 건너는 것은 아니다. 다리 밑으로 설치된 50mm 상수도관을 통해 장흥 탐진댐의 물이 가란도로 흘러들어간다. 60가구 120여 명의 주민은 이 물로 고질적인 식수난에서 벗어났다.
다리 상판에는 통신선이 사람과 함께 가란도로 들어간다. 주민들은 이 통신망을 통해 세상과 교호한다. 물에 목마르고, 정보에 목말랐던 섬사람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절을 느낀다. 이 느낌은 매우 구체적인 경험에서 온다. 가란도 주민 도성인(48)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행교를 둘러보러 나간다. 다리가 놓아진 후 부쩍 낚시꾼들이 늘었다. 주로 도시에서 온 이들은 낚시가 금지된 보행교 위에서 낚시를 하거나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으며 술까지 마신다. 심지어 보행교 위에 배설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고.
도씨는 주민을 대표해 이를 감시하는 일을 한다. 그는 "육지에 길이 있듯 바다에도 길이 있고, 사람에게도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법인데 일부 낚시꾼들이 하는 짓을 보면 천불이 난다"고 쓴 한숨을 내뱉는다.

▲ 가란교 건너 가란도 잿등을 넘다보면 서늘한 대숲이 나온다.
이주빈
가란도 잿등을 넘어 만나는 대숲이 서늘하다. '세계가 지켜 보니 잘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국격에 맞다' 등등 한국 사람들은 '우리'라는 틀이 유지되면 늘 '모범'이고 싶어 안달이다.
'눈치 보는 모범'은 기형적으로 변한 경쟁의식일 뿐이다. '나'로 시작되는 상황에선 늘 극단의 이기로 치닫는 것이 그 징표다. 다른 사람이 보는 눈은 의식하면서 나의 눈은 의식하지 않는 이율배반 속에 '나와 너는 다르다'는 탐욕의 위계가 도사리고 있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처럼 위세하면서 결국 차별을 고착시키는 삐뚤어진 위계 의식이 사람들을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 이 탐욕의 위계를 깨칠 대나무 회초리는 어디에 있을까.

▲ 맑은 하늘을 나는 고추잠자리 날개에 언뜻 가을이 얹혀 있다.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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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바다 위 걸어서 육지로 나온 섬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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