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휘호 '이민위천'
그러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이 의원이 북한과 연계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위천'이란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사마천이 쓴 중국 역사서 <사기> '역생육가열전(酈生陸賈列傳)'에 나오는 글귀로, 원문은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임금은 백성을 하늘같이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같이 여김)'이다. 유교경전 중 하나인 <서경>에도 '왕이민위천(王以民爲天)'이란 글귀가 나온다.
국내 유력 정치인들도 '이민위천'이라는 말을 종종 인용했다. 2007년 12월 31일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이민위천의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2004년 12월 31일 신년 특별대담에서 "정치인은 대통령부터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 동양의 이민위천 사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는 '이민위천'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휘호가 미술품 경매에 나와 950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는 사자성어로 북한과의 연계 여부를 수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worl******'는 "이민위천이란 글귀를 처음 쓴 <사기> 저자 사마천도 종북인가"라고 비꼬았다. yc****'는 "사자성어로 종북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게 유감스러울 뿐이다"라고말했다.
이석기 의원도 위의 <동아일보> 칼럼이 보도된 지 이틀 뒤인 5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한 경구가 '이민위천'이다, 친필 휘호도 여러 점 남기고 또 선물도 하였다"며 "이 역시 종북이라 칭할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북한혁명가요 '혁명동지가'? 국내 작사·작곡한 민중가요 한편,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비밀 회합 때마다 '적기가'와 '혁명동지가' 등 북한혁명가요를 불렀다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두 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혁명동지가'는 북한혁명가요가 아닌 국내 민중가요로 가수 백자가 작사·작곡했다. 이를 두고 가수 백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든 지 20년이 된 내 노래가 언론에 거론되니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1948년 우리나라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된 적기가는 실제로 북한에서 자주 불리기는 하지만 북한에서 만든 노래는 아니다. '탄넨바움(Der Tannenbaum)'이라는 독일 민요에서 유래했으며 독일어로 '소나무'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독일민요는 1880년대 말 영국에서 '레드 플래그(The Red Flag)'라는 제목의 노동가요로 바꿔 불러지면서 지금의 '적기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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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집에 '이민위천(以民爲天)'이 북한 연계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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