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집에 '이민위천(以民爲天)'이 북한 연계 증거?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글귀... 김대중·강재섭도 인용

등록 2013.08.29 16:27수정 2013.08.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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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9일 오후 5시 5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자택에서 발견됐다고 전해진 족자 속 글귀 '이민위천(以民爲天)'이 돌연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29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벽에 걸린 액자 속 글귀 '이민위천'을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조한 좌우명으로 보고 북한과의 연계 여부를 수사 중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4월 13일 개정된 북한 헌법 서문에는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여"라고 명기됐다. 평양방송은 1999년 2월 14일 김정일 당시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은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셨다"며 "나는 수령님(김 주석)의 높은 뜻을 받들어 인민을 하늘처럼 믿고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박정훈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도 지난 5월 8일 '인민영웅 리석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대표 종북주의자 집에 이보다 어울리는 족자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민위천의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휘호 '이민위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휘호 '이민위천'

그러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이 의원이 북한과 연계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위천'이란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사마천이 쓴 중국 역사서 <사기> '역생육가열전(酈生陸賈列傳)'에 나오는 글귀로, 원문은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임금은 백성을 하늘같이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같이 여김)'이다. 유교경전 중 하나인 <서경>에도 '왕이민위천(王以民爲天)'이란 글귀가 나온다.

국내 유력 정치인들도 '이민위천'이라는 말을 종종 인용했다. 2007년 12월 31일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이민위천의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2004년 12월 31일 신년 특별대담에서 "정치인은 대통령부터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 동양의 이민위천 사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는 '이민위천'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휘호가 미술품 경매에 나와 950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는 사자성어로 북한과의 연계 여부를 수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worl******'는 "이민위천이란 글귀를 처음 쓴 <사기> 저자 사마천도 종북인가"라고 비꼬았다. yc****'는 "사자성어로 종북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게 유감스러울 뿐이다"라고말했다.

이석기 의원도 위의 <동아일보> 칼럼이 보도된 지 이틀 뒤인 5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한 경구가 '이민위천'이다, 친필 휘호도 여러 점 남기고 또 선물도 하였다"며 "이 역시 종북이라 칭할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북한혁명가요 '혁명동지가'? 국내 작사·작곡한 민중가요

한편,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비밀 회합 때마다 '적기가'와 '혁명동지가' 등 북한혁명가요를 불렀다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두 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혁명동지가'는 북한혁명가요가 아닌 국내 민중가요로 가수 백자가 작사·작곡했다. 이를 두고 가수 백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든 지 20년이 된 내 노래가 언론에 거론되니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1948년 우리나라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된 적기가는 실제로 북한에서 자주 불리기는 하지만 북한에서 만든 노래는 아니다. '탄넨바움(Der Tannenbaum)'이라는 독일 민요에서 유래했으며 독일어로 '소나무'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독일민요는 1880년대 말 영국에서 '레드 플래그(The Red Flag)'라는 제목의 노동가요로 바꿔 불러지면서 지금의 '적기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민위천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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