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 본선대회에서 '화천군홍보대사상'을 받은 이근하 양은 피라미를 한꺼번에 두마리나 낚았다.
신광태
산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낚시에 관해선 고수였다. 당시엔 그 흔한 낚시 바늘을 살 여유도 없었다. 산골이다 보니 부모가 별도로 주는 용돈도 없거니와 낚시 바늘을 사려면 20여 리 거리에 있는 읍내로 나가야 했다. 70년대 초반 산골마을에는 시내버스나 택시가 없던 시기였다. 간혹 신작로를 따라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군용차량이 전부였다.
재수가 좋은날, 미군차량이 지나갈 때 'stop'을 외치면 가끔 서곤 했다. 신작로 외길을 따라 읍내에 도착할 즈음 '여기서 내려주세요'라고 큰소리로 말하면 미군 병사는 용케도 내 말을 알아들었다. 한국말에 능숙해서 일까, 아닐 거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던 녀석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건 내려달라는 표현으로 판단을 해서 인 듯싶다.
그러나 20여리길 읍내에 나가는 모험을 피했다. 미군차를 만난다는 확신도 없을 뿐더러 만났다고 하더라도 태워줄 거란 걸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철사를 구해 숫돌에 갈아 끝 부분을 최대한 뾰족하게 만들고, 7자 모양으로 구부려 낚시 바늘을 만들었다. 낚시 대는 기다랗게 자란 싸리나무가 제격이었다. 낚시 줄은 실태래에 감긴 하얀 실을 끊어 썼다. 그러다 보니 조금 큰 물고기가 걸렸을 때 줄이 끊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낚시가게가 없던 시절이라 낚시 바늘은 철물점에서 팔았다. 당연히 찌나 구더기를 팔 리 없었다. 봉돌은 조그만 조각돌을 실에 매달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