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 결혼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동성커플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열려, 부부가 된 두 사람이 하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권우성
"인간도, 신도 사랑을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힘주어 말했다. 동성애 커플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어느 멋진날 당연한 결혼식'이 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렸다. 광통교에 놓인 300여 개의 의자는 꽉 채워졌고, 청계천변은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과 함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1000여 명의 하객들이 이날 결혼식을 봤다.
오후 7시 30분께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생활 약속'을 발표하던 김승환씨는 "당신이 힘들거나 아플 때"라고 말한 후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씨는 "당신의 손과 발이 돼 주겠습니다"라고 이어 말했다. 김조광수씨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30분 기자회견으로 시작한 결혼식은 오후 6시 본식과 문화행사를 거쳐 오후 9시 마무래됐다. 사회는 영화감독인 변영주·김태용·이해영씨가 맡았다.
"평생 반려자로 만나 영원히 사랑하겠다"오후 4시 30분 검은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 커플은 회견 내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기자들의 요구에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조광수씨는 "결혼식을 마치면 저희는 법적으로 인정하든, 하지 않든 부부가 된다"며 "앞으로 우리를 부부라고 정확하게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성애자였다면 이효리씨처럼 조용히 했을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결혼을 계기로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처럼 결혼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엔 1시간 가량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 일반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오후 6시 본식이 시작되자 김조광수씨는 <몰래한 사랑>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결혼식 무대에 올랐다. 흰 정장으로 옷을 갈아 입은 모습이었다. 김조광수씨는 노래 중 독백을 하며 "(내가 동성애자임을 알게된 후)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수도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 때문이었다"며 "9년 전에 그 사람을 만났다, 그의 뒤에서 후광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조광수씨의 말에 이어 등장한 김승환씨는 "이 사람을 누군가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했다, 공개적으로 결혼할 수 있을지는 더욱 생각 못했다"며 "그걸 가능하게 해 준 사람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두 사람은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평생의 반려자로 만나 영원히 사랑할 것을 서약한다"며 혼인 서약을 했다. 또 케이크를 자르는 대신 컵케이크를 하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오후 7시 30분께 결혼식의 마지막인 행진에 앞서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나온 김씨 커플은 '결혼생활 약속'을 발표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승환씨와 함께 하객 중 한 여성도 눈물을 흘렸다.
결혼식은 축하 공연이 더해지며 하객들의 흥을 돋웠다. 가수 강허달림·이디오테잎·사우스카니발·허클베리핀·이이템포 등이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국내 유일의 게이 합창단인 지(G)보이스는 김씨 커플과 함께 '몰래한 사랑'을 불러 자리를 빛냈다.
하리수 "이번 결혼식, 성소수자 인권 향상의 물꼬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