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갠지스 강가 가트에서 낮잠 자는 개
Dustin Burnett
바라나시는 가트(ghat)라 불리는, 성스러운 갠지스 강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상징된다. 수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진 100여 개의 가트를 따라 걷고, 걷고, 또 걷다 보면, 이내 갠지스 강의 풍경, 바라나시의 공기가 내 세계를 가득 채운다.
그 풍경 속에는, 주황색 꽃이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꽃을 파는 어린아이, 12월의 뜨거운 인도 날씨에 지쳐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곤히 잠을 자는 개들, 그 옆에 지쳐 잠든 한 남자가 담겨 있다.
강변 계단 한구석에는 작은 움집을 내고, 주전자에 짜이(chai)티를 끓여 파는 짜이왈라(wallah, 상인)가 있다. 점토로 야무지게 빚은 작은 컵에 담아주는 5루피(한화 약 100원)짜리 짜이를 받아들었다. 딱 네 모금 남짓. 후후 불어 잔에 담긴 뜨거운 짜이를 다 마시고 나니, 사우나를 한 양 몸이 나른해진다. 노곤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짜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아련하다.
짜이의 연기가 잦아들자, 먼 곳에서 올라오는 더 큰 연기가 눈에 어린다. 화장터가 있는 가트이다. 바라나시는 힌두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도시로 추앙받는 곳이다. 이곳에서 화장을 하면, 고통스러운 삶의 윤회를 이 생에서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죽음과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많은 인도인들의 소망이다. 생이 고통이라는 걸 받아들인 사람들의 소망이, 조금은 쓸쓸하다.
"더 가지 말자."갠지스 강가를 술렁술렁 걷다가, 화장터가 있는 마니까르니까 가트(Manikarnika Ghat) 근처에 닿았다. 더스틴은 누군가의 죽음을 구경거리 삼고 싶지 않다며 너무 가까이 가지 말자고 했다. 시큼한 냄새를 한번 빨아들이고 발걸음을 뒤로했다. 하얗게 감싼 시신이 내 시선에 스쳤다. 모든 삶에는 끝이 있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 머리를 싸하게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