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주최로 10일 오후 국채보상기념관에서 열린 '여성정치세력화와 정당공천제' 토론회 모습.
조정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풀뿌리민주주의 토대가 마련되면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났을까? 오히려 특정 정당의 쏠림현상이 심한 영남과 호남에서는 지방자치의 근간인 생활정치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라는 비판마저 있다.
다가오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여성단체가 나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 없이 정당공천제를 중심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여성들의 자치와 분권에 대한 고민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10일 오후 국채보상기념관에서 '여성정치세력화와 정당공천제' 토론회를 갖고 대구지역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제를 하고 고명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쉼터 소장, 남명선 대구여성광장 대표,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의 정치참여기회를 늘리기 위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보다는 줄어들고 있는 중선거제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발제에 나선 김은희 대표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풀뿌리 민주주의'를 등치시키는 것이 옳은가에 관한 문제의식과는 별개로 그동안 중앙정치의 핵심의제가 되지 못했던 지방선거제도가 논의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기초선거에서 중선거구제는 비례성이 높고 사표를 줄일 수 있으며 다양한 배경의 당선자가 배출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었다. 또한 소선거구제에 비해 이념정당이나 소수정당, 신생정당 및 무소속의 의회 진입이 쉬워질 수 있고 특히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6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인선거구의 경우 전국에 161개의 선거구를 제안했지만 39개만 확정됐고 2010년에는 더욱 줄어 24개만 남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면서 소선거구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방선거에 여성참여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비례제도의 확대와 선출직 여성할당의 실질화를 요구하고 기초의원 남녀동반선출제와 당선보장을 담보하는 당선보장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태일 교수는 대구경북의 관점에서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가운데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현실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결정에 의해 이루어졌다며 기초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는 여성들의 정치세력화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현재까지는 여성들의 주체적 힘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기초자치선거를 통해 생활정치에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개방성과 자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더 좋은 실력을 갖춘 여성들이 생활정치에 진출하느냐 아니면 지역 토호들이 차지하느냐인데 이것은 여성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천제도 폐지냐 유지냐의 문제가 답이 아니라 선거구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대구에서 11명의 여성 기초의원이 당선됐는데 1인선거구였다면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선거구제의 유지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