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본' 안 지킨 <조선>, 염치부터 찾으세요

[이봉렬의 첨삭뉴스] 사설 '검찰총장의 처신과 판단'... 49점

등록 2013.09.11 21:02수정 2013.09.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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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는 6일자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한 여성과 10여 년간 혼외관계를 유지하며 아들까지 낳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6일자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한 여성과 10여 년간 혼외관계를 유지하며 아들까지 낳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PDF

어제(10일) 채 총장 혼외아들의 어머니로 지목된 임아무개씨의 편지가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를 통해 공개 되면서 사건이 일단락 될 줄 알았는데, 오늘 <조선일보>는 오히려 1면과 2면, 3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내 놓았고, 평소보다 세 배나 되는 장문의 사설까지 실으면서 의혹을 더 부풀렸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기사 안에서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새로운 사실은 없었습니다.

대신 다른 이들의 입을 빌어서 "혼외 아들의 진위는 차치하고서라도 채 총장이 공직자로서 어떻게 처신했길래" 라든지, "임씨의 비논리적 편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같이 정서에 호소하는 내용만 남았습니다. 의혹은 제기했지만 그 의혹을 증명할 팩트가 없기 때문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또는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겠지요.

더 이상 쓸 게 없는 상황에서 기사를 쓰려다 보니 <조선일보> 스스로 발목을 잡은 내용들이 툭툭 튀어 나옵니다.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는 <조선> 퇴로 찾고 있나

지난 6일 <조선일보>의 첫 보도내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10여년간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11)을 얻은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9일자 사설에선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상식'을 토대로 의문스러운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언론"이라는 표현을 통해 애초 보도가 팩트에 바탕한 것도 아니고, 실체가 확실히 밝혀진 것도 아님을 스스로 고백합니다.

애초 "밝혀졌다"고 단정했다가 사흘 만에 "의혹이 있다"로 물러 섰으니 다음 순서는 "아니면 말고"가 되는 걸까요?


또 있습니다.

"채총장, 사적문제에 검찰 공조직 동원"이라는 기사에서는 "본지는 지난 5일 낮 혼외 아들의 엄마 임아무개(54)씨를 취재한 사실은 있지만, 채 총장을 비롯해 검찰의 누구에게도 해당 기사의 내용을 알린 적이 없다"고 썼습니다. 자기 발등을 찍는군요.

채 총장에게 그런 의혹이 있다면 보도 하기 전에 사실 확인을 위해 검찰에 확인하고 반론을 듣는 게 기사쓰기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반론은 듣지도 않은 채 신문 1면에 검찰수장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정하는 기사를 쓴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신의 영역에 있지 않는 한 누구라도 완벽을 기할 수는 없다. 언론도 그렇고 채 총장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조선일보>에 "신의 영역"을 바라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완벽"은 커녕 기사쓰기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채 총장의 사생활이 이슈화 되는 게 중요했을 뿐이었을 테니까요. 더 이상 내 놓을 게 없는 <조선일보>는 이렇게 퇴로를 찾고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채 총장이 사실을 근거로 진실을 증명해야 할 당사자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의혹 제기가 아니라 그렇게 "밝혀졌다"고 보도 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 채 총장 더러 진실을 증명하라고 하니 언론으로서의 기본 이전에 염치부터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신문 4면에 관련 기사 쏟아낸 <조선>... 알맹이는 없네

 <조선일보> 11일자 사설
<조선일보> 11일자 사설조선PDF

이 대목에서 문득 영화 <타짜>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떠 오릅니다.

"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은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도박을 하던 도중 아귀(김윤석)는 고니(조승우)가 속임수를 썼다고 주장을 하고, 고니는 속임수가 아니라는데 가진 "돈 모두와 손 모가지를 건다"고 응수합니다. 그 말에 아귀가 어이없어 하며 속임수라고 계속 우기자 고니가 한 말입니다.

사설을 포함해서 신문 네 면을 채 총장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 냈지만 정작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조선일보>에 영화의 한 대목을 빌어서 묻습니다.

"천하의 <조선>이 혓바닥은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조선일보>의 채 총장 관련 사설 "검찰총장의 처신과 판단"에 49점 줍니다. 49점도 사설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평소 세 개씩 나오던 허접한 사설이 이 사설 덕분에 두 개로 줄어서 주는 겁니다.
#조선일보 #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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