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지를 잘 보여주는 창신대학교 교정의 피리 부는 소녀 조각상
이상옥
옛부터 대학은 학문의 연구와 교수가 이루어져 왔기에 진리의 전당이고 또한 상아탑이라고 했다. 대학 바깥에는 비바람이 불고 폭풍이 몰아쳐도 대학은 여전히 무풍지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은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 같은 생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모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부턴가 대학에서 인문학의 설자리가 왜소해졌다.
2006년도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으로 인문학은 그 존립 근거와 토대마저 위협받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큰 화제가 되면서 대학에서조차 인문학 퇴조의 위기감을 한껏 드러낸 바 있다. 그것이 최근에는 철학과 같은 인문학의 핵심 학과들이 폐과되는 현실로 나타났다. 가령 어느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학과가 폐과되었다는 소식이 있다손치더라도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 한다. 이게 오늘의 냉엄한 대학 실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 달 교육부는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및 경영부실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한바, 2011년부터 3년째 평가지표에 따른 평가순위 하위 15% 사립대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하고, 이 중 부실정도가 심하면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더 심하면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어, 이 경우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 받는다. 이 번 평가 결과 전체 337개 대학 중 35개교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이중 14개교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지정됐고, 이중 11개교가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어 국가장학금 지원을 못 받게 됐다.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신입생 충원이 거의 힘들게 되고, 지표관리의 악순환을 거쳐 폐교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 지표로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정부재정지원대학이나 경영부실대학으로 낙인이 찍히면 신입생 지원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고 덩달아 취업률도 낮을 터이니, 결국 이런 대학들은 자연 도태로 간다. 그러니, 철학과 같은 인문학 관련 학과를 유지하기가 큰 부담이다. 대학을 당장 졸업하면 취업할 수 있는 실용 학과 중심으로 개편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교수들도 예전처럼 상아탑 안에서 진리 탐구에만 머물지는 못한다. 논문 쓰기와 강의는 기본이고 부지런히 산학협동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 학생들 또한 청춘의 낭만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다. 취업을 위해 토익점수를 올려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남다른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살벌한 취업전선에서 도태되니 학생 또한 대학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여기기 힘들다.
실상 지상 어디엔들 낙원이 있겠는가. 환경이 아무리 바꿨다고 하지만, 대학은 그래도 세상 바깥보다는 자유롭고 희망적이다. 대학 연구실에 있으면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나만의 자유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학은 매혹적이다. 또한 비록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나마 생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모색을 해볼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이 대학이라는 점만으로도 학생들에게 대학은 아직까지 지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낙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