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수호'가 만사형통? 서해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나

[서평] 군사안보 전문가 김종대의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등록 2013.09.16 18:35수정 2013.09.16 18:35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서해에서는 군사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은 여전히 그 여파가 남아있다. 또 북한의 함선과 서로 교전을 벌이게 된 해전의 사례도 있었다. 각각의 사건들은 양측에 씻겨지지 않는 상처와 희생을 만들어줬다.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둘러싸고 현재까지 전직 대통령의 발언이 논쟁의 소재가 되고있는 가운데, 과연 서해에서 벌어진 5건의 군사적 사건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그 이면에 국민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군사안보 전문가 김종대가 쓴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이하 <서해전쟁>)은 1·2차 연평해전과 2009년 대청해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포함한 5가지 사례로 서해를 둘러싸고 남과 북이 긴장상태를 이어가는 원인과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분석한다. 이 책에서 그는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사안까지 새롭게 조명했다.

군사안보 전문가 김종대의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a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의 표지.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의 표지. ⓒ 메디치

저자 김종대씨는 안보 전문지 <디펜스 21+>의 편집장으로, 1992년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국방·안보 문제를 연구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비서관 및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유일한 민간인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또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도 역임했으니, 명실상부 군사안보 전문가인 셈이다.

그는 <서해전쟁>을 펴내게 된 이유로 "1990년대 이후 서해에서만 5번의 교전이 발생하며 서해가 한반도 평화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전 60주년이 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평화가 정착되고 있는데, 유독 서해에서만 남북의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서해는 지난 수십 년 간 큰 사건 없이 평화로웠던 지역으로 볼 수 있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서해는 다른 어떤 곳보다 한반도에서 가장 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돼버렸다.


앞서 언급한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매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군사적 의도로' 남한을 공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북한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지난 사건들이 보여준 모습의 전부일까?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건이 발생하게 된 다른 요인이 있는지 찾아볼 필요는 없을까?

<서해전쟁>은 서해에서 일어난 5번의 사건을 분석하여 밝혀낸 발생배경과 진행과정을 통해 '서해가 분쟁의 바다가 된 이유'를 되짚어본다. 저자는 앞으로도 더 큰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경고하며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서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다양한 원인들을 더욱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해의 갈등형국의 배경과 원인 "합참의 무능과 군의 비합리성"

<서해전쟁>에는 제1연평해전이 벌어진 1999년은 서해에서 기록적인 꽃게잡이가 이루어졌던 시기라고 적혀있다. 이 때문에 더욱 넓은 지역에서 조업을 하기 위한 남북 어선의 은근한 경쟁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NLL을 서로 침범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양측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었다.

"적이 먼저 쏘지 않으면 발포하지 말라"는 명령에 해군은 북한의 고속정에 밀어내기 식으로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함선과 어뢰정이 서로 충돌했고, 북의 어뢰정은 침몰한다. 전투에서는 한국의 승리였지만 해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급 지휘자가 "함선들을 보기좋게 일렬로 배치하라"며 육군식 사고로 명령을 내린 탓에 비효율적인 모습을 노출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런 실상은 2차 연평해전에서도 발견된다. 복수를 노리는 북한의 기습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적 함정과 3km 거리를 유지하라"고 2함대사령관이 명령했는데, 한국 함선이 최저 속도로 적의 함선에 150m 거리로 접근하다가 공격받은 것이다. 저자는 취재를 바탕으로 사건의 내막을 들추면서, 합동참모본부의 무능과 군의 비합리성을 비판한다.

지리적 특성과 당시 해역의 조업특성이 사건의 발생배경이었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을 불러온 것은 군의 내부갈등과 정부의 안일함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선의를 믿고자 하는 독특한 낙관주의, 국방부와 합참은 NLL에 대한 '선방어'를 고집하는 지상군식 전략문화, 2함대 사령부는 공격성과 융통성·기동성이라는 해군 작전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해군 작전의 전략문화를 각기 고집하면서 혹 앞으로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서로 주도하려 했다." (본문 제3장, '제2연평해전' 중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적 인사등용, 군의 전문성 붕괴시켜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은 더욱 총체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천안함이 침몰하기 일주일 전, 박정성 제독이 "북한 잠수정 공격에 대비해야"한다고 당시 김태영 장관에게 조언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불어 당시 합참에는 작전전문가가 없었으며, 그저 '육군의 진급 사다리'로서의 역할일 뿐이었다고도 표현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능력이 있을지라도 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장성들을 대거 좌천시킨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군의 전문성이 내부로부터 정치 논리로 붕괴되고 있었다"고 적었다.

또한 천안함 사건 직전에 이어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북이 화력도발을 하려는 기미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음에도 합참이 "북이 해안포를 쏘면 바다에 쏘기밖에 더 하겠냐"고 무시했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다고 한다. 북이 일제사격을 가하려는데 믿지 않고 '습관적인 방심'을 했다가 참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국방장관은 보고를 늦게 받았고, 결국 청와대는 상황판단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은 "확전을 자제하라"고 말했다가, 사태의 책임을 군에 뒤집어 씌우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고 군이 교전규칙을 들먹이고 있느냐"고 질타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합동참모본부가 있다. 한국군 작전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상한 조직은 이제껏 서해 위기관리에서 뭘 하기만 하면 실패했다. 그 주역들은 자신들의 실패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만 찾아냈다. 지난 정권의 대북정책 탓, 예하부대의 명령 불이행 탓, 제 때 통신이 되지 않아 사태파악을 못했다는 시스템 탓, 종북 세력이 북한과 동조하고 있다는 정치 탓 등등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말이 그대로 여론에 먹혀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임자는 면책된다." (본문 '제1장, 지리(地理)의 복수' 중에서)

결론적으로 <서해전쟁>은 지난 12년간 서해에서 5번의 교전이 진행되는 동안, 합참의 무능과 비상식적인 인사시스템, 지나치게 복잡한 교전수칙과 비합리적인 명령이 사태를 키웠다고 말한다. 군의 방심과 정부의 사건 은폐도 국민의 신뢰를 떨어지게 만든 이유였다.

'국내 정치용'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안보의 필요성 역설

저자 김종대씨는 전·현직 장성과 정부 관계자를 인터뷰해 군의 문제점과 사건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그는 서해에서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 탓'만 하고 무마하려는 정부의 근시안적 사고를 꼬집는다. 지난 10년 동안의 비극이 앞으로도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각각의 사건이 드러낸 문제의 핵심을 더욱 잘 알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의 시도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해 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오늘날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이와는 반대로 외부 세력인 북한에서 문제점을 찾지 않았던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의 주장을 믿으라 요구하는 정부의 모습에 저자는 "단 한 번만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믿으라 윽박지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일종의 지적 폭력을 통해, 안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회적 토양을 조성했다"고 비판한다. NLL에 대해서도 "1977년 유신정부가 영해법을 제정하며 인천 앞바다와 서북 5도를 영해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박정희 정부"라고 그 논란의 뿌리를 찾아서 적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5가지 사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안보위기 속에서도 권력을 극대화하려는 조직의 성향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또한 군의 장기 전략과 효율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해역의 안정을 파괴한다고도 덧붙이면서, 안보 실패를 국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평화의 적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미래의 한반도에서 안보와 경제를 도모하며 남북이 갈등을 줄이며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서해의 평화를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안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도 설득력있게 와닿는다. 안보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서, 군과 정부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문제를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또한 그것이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한 올바른 방안이기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김종대 씀 | 메디치 | 2013.08. | 1만5000원)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 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다

김종대 지음,
메디치미디어, 2013


#서해전쟁 #천안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