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
이강진
시드니를 찾는 사람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이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는 시드니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9월이다. 한국은 가을로 접어들겠지만, 시드니에는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 비하면 춥다고 할 수 없는 겨울이지만 시드니에서도 봄은 기다려진다. 동네 곳곳에 자리 잡은 공원과 울타리에는 목련, 철쭉 그리고 이름 모를 꽃으로 천천히 뒤덮이기 시작한다.
봄을 타는 것일까? 집을 나서고 싶다. 어디로 갈까? 운전하기는 싫다. 기차 타고 배도 타면서 갈 수 있는 멘리(Manly)라는 항구 도시를 찾아 나선다. 시드니 항구에서 바라보는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봄바람이 유난히 심하다. 드물게 보는 강풍이 불고 있다. 오후에는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집을 나선다.
가까운 기차 정거장까지 운전하고 간다. 파라마타(Parramatta)라는 원주민 말로 뱀장어라는 이름을 딴 도시다. 시내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파라마타강에 뱀장어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럭비 구단 명칭도 '뱀장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시드니 서부에 있는 시드니 시티 다음으로 큰 도시다.
시드니의 교통요금은 비싸다. 시내까지 가는 왕복 기차 요금이 약 9천 원($9)이다. 그리고 맨리까지 가는 여객선 요금까지 합하면 한 사람당 2만 원($20)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나는 60세가 넘는 사람에게 주는 시니어 카드(Senior Car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500원($2.50)만 내면 온종일 마음껏 공공 교통을 즐길 수 있다.
기차가 역으로 들어온다. 오래된 기차다. 새로 들여온 기차가 많긴 하지만 아직도 30년은 더 되었을 것 같은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기차에 오른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빈자리가 있다.
오랜만에 운전하지 않으며 차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을 한가로이 바라본다. 아주 오래전에 기차로 출퇴근하면서 보았던 낯익은 건물과 공원이 펼쳐진다. 바뀐 것이 거의 없는 풍경이다. 언제 지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오래된 3, 4층짜리 아파트, 벽돌도 색이 바랜 단독 주택, 공원에 있는 나무도 변함이 없다. 변화를 싫어하는 시드니를 다시 확인한다.
서큘라 퀘이(Circular Quay)라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정거장에서 내린다.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시드니 항구가 있는 곳이다. 역을 나서니 시드니를 찾는 관광객이 한 번씩은 들른다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우리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