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국회의장 영접받는 박근혜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강창희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해외순방 귀국보고 후 국회 사랑재에서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갖는다.
남소연
지난 대선 토론 때의 일이다. 박근혜 당시 후보자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20대 여성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찰의 비상식적인 중간 수사 발표 후에는 "불쌍한 여직원은 결국 무죄"라며 "민주통합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인권 유린에는 말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선거 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국정원 직원의 주소를 알아낸 것에 대해서는 "성폭행범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해 여직원의 주소를 알아냈다"고 했다. 비록 국정원 직원의 댓글 활동이 사실로 드러났고, 전 국정원장이 그 일로 기소된 상황이지만, 인권에 대한 박근혜 당시 후보자의 감수성은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을 잠재우는 최선의 방책으로 <조선일보>는 유전자 검사를 받으라고 진작부터 요구했고,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도 유전자 검사부터 받으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사실 관계를 밝히려면 유전자 검사는 혼외 자식으로 보도된 11살 아이를 누군가 데려다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고 있을 어린아이가 자신의 출생과 관련되어 온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1살 어린아이의 인권은 도대체 어디로 내팽개쳐 버린 것인가.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어린아이에게 발가벗을 것을 요구하는 이런 사회는 너무하지 않은가. 천륜을 끊는다고 한탄하던 박근혜 전 후보의 장탄식은 어디로 갔나.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는 혼외 아들 의혹 대상자의 혈액형을 확인했다고 한다. 11살 어린아이의 생체정보를 국가 권력 기관이 파악해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것은 아닌가? 불법 댓글을 달던 국정원 직원의 주소를 내부 정보자로 부터 알아낸 것을 "성폭행범이나 사용할 수법"이라고 비난하던 박근혜 전 후보의 분노는 어디로 갔나?
공직자 윤리 문제 '이중잣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무부의 채동욱 총장 감찰 결정에 대해 "이 문제는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 윤리의 문제"라고 하였다. 프랑스식으로 공직과 성생활을 구분 짓자는 의견도 있지만,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의 잣대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성, 가족과 관련된 공직자 윤리의 문제에 대해 엄격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만 된다면 이런 문화가 좋다고도 할 수 있다.
공직자 윤리 문제를 제기한 청와대 홍보수석의 기사를 보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떠올랐다. 지난 3월 <미디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김학의 전 차관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총장 후보 3배수에 들지 않아 검찰총장 임명이 불가능해지자, 그를 법무차관에 임명했다. 김학의 전 차관이 황교안 법무장관보다 고교 1년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차관이 장관의 고교 선배가 되는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황교안 장관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바로 그 법무장관이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무리수를 두며 김학의를 법무차관에 임명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서 김학의를 차기 총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서였다. 채동욱 현 총장이 물러난 뒤 공석이 될 그 자리 말이다.
그런데 임명 당시에 청와대가 김학의 전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정에 의해 엄격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집단난교 성접대 의혹을 받던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히려고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그런 정부에서 공직자 성윤리의 문제가 우선이라며 현직 검찰총장을 밀어내는 모습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민주주의 없는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