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 붕괴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3년 전 금강정비사업 우려 현실로.... 원인 규명 먼저 되어야

등록 2013.09.21 14:43수정 2013.09.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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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지난 14일, 1500년 역사 고도의 상징인 공산성이 약 10m가량 붕괴된 것이다. 가슴 아픈 현장을 찾았다. 2009년 4대강 사업 시작 전 백제문화가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는 공산성, 곰나루 왕흥사지, 낙화암 등의 역사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가 엉터리라고 주장했던 기억이 다시 생각났다. 실제로 3년 전 공산성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으니 금강정비사업을 막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공주시는 공산성 붕괴 원인을 빗물에서 찾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9월 13~14일에 걸쳐 내린 수준의 비는 올해 총 4번 정도다. 공산성의 붕괴 원인을 단순히 빗물이라고 주장하기에는그 정도 수준의 강우량은 여름이면 수차례씩 내리기 때문에 무리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통계를 종합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폭우는 수차례 있었을 것이다. 2011년 정부는 여름철 642mm의 강우량이 내려 2010년에 비해 두 배가 증가했지만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름철 이렇게 많은 비에도 멀쩡했던 공산성이 고작 80여mm의 비로 무너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a 대전지방기상청 자료 정리 올 강우량을 정리해보면 9월 13~14일에 걸쳐 내린 비의 규모는 종종 있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대전지방기상청 자료 정리 올 강우량을 정리해보면 9월 13~14일에 걸쳐 내린 비의 규모는 종종 있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 이경호


백번을 양보해서 실제로 빗물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치더라도, 그동안 누적돼 온 지반의 변화나, 지하수변화 등등 다양한 간접적 원인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공북루 앞 지반침하나 배부름현상 등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산성 방향에서의 압력과 강방향의 압력균형이 무너졌거나, 수량으로 인한 삼투압현상으로 인한 토질의 약화 등을 지적하고 있는 것.

공주시가 조사한 16개의 배부름현상의 대부분이 금강 변에 집중된 것 역시 단순히 빗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빗물 때문이라면 강반대편에서도 이와 같은 배부름현상이나 지반침하가 발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a 무너진 공산성 약 10 m 의 산성이 무너져 있다.

무너진 공산성 약 10 m 의 산성이 무너져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아직 정확한 원인이 금강정비사업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산성내 영은사 앞에 위치한 연지는 강의 수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구조물로 금강정비사업 이후 변형과 붕괴되었다. 공산성 구조물의 변형이 금강의 수위나 수압의 변화와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주시와 충청남도는 금강정비사업이 원인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자료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관련기사 : 1500년 된 산성... "4대강 사업으로 1년만에 망가져").

a 영은사 연지의 모습 상 2009년 연지의 모습 하 2013년 연지의 모습 공사전에 비해 수량이 차이가 나며, 무너진 흔적이 없는 2009년 입해 틀리고 뒤틀려진 연지를 볼 수 있다.

영은사 연지의 모습 상 2009년 연지의 모습 하 2013년 연지의 모습 공사전에 비해 수량이 차이가 나며, 무너진 흔적이 없는 2009년 입해 틀리고 뒤틀려진 연지를 볼 수 있다. ⓒ 이경호


거기에 공산성과 접한 강변에 토사들도 상당히 유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강의 변화로 인한 원인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지반조사나 강의 유속변화나 수량변화로 인한 압력 등을 조사하여 규명해야 한다.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채 단순한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제2, 제3의 붕괴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공주시와 충남도 문화재청은 붕괴된 공산성의 빠른 복원에만 초점을 맞춘 듯하여 우려스럽다. 지난 14일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공산성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주시의장은 백제문화제 이전 복원을 요청했고, 문화재청 국장이 조속한 복구를 약속했다. 다행히 현장을 통제하고 백제문화제 전 원인조사 등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을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철저한 원인조사가 이루어질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정확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을 다시 쌓는다면, 같은 원인으로 다시 붕괴될 수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성 전체의 안전점검이 필요한 상황에서 임시방편의 복원은 사건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지질, 지하수, 하천의 수압이나 성 토사의 압력변화 등을 면밀히 조사한 이후에 복원되어야만 이후 재붕괴 방지와 성구조물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금강정비사업이라는 말에 놀라 급하게 사건현장을 덮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강정비사업이 지반침하, 배부름현상, 공산성 붕괴의 원인이 아닌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절호에 기회인 것이다. 이런 기회를 무시하고 지반의 안전성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복원공사를 진행해 다시 공산성이 무너진다면, 금강정비사업으로 공산성이 무너진 것이라는 주장에 오히려 더 힘을 싫어주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공산성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주시민의 안전과 금강정비사업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원인조사를 시행하고, 안전한 공산성 복원을 추진할 것을 간곡히 주장한다.
#공산성붕괴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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